음악이 머문 곳 #103
성당 안 깊숙한 공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줄기가 파이프 오르간의 은빛 관을 스치며 내려옵니다.
그 순간,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악기로 바꿔버립니다.
오르간은 늘 ‘악기의 제왕’이라 불렸습니다.
장엄한 힘, 무한한 색채,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압도적인 울림 때문일 것입니다.
바로크 시대는 이 악기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던 시기였습니다.
헨델은 오라토리오 공연 도중, 직접 오르간 앞에 앉아 즉흥 연주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청중은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협주곡에 열광했고, 그렇게 오르간 협주곡이라는 장르가 세상에 자리잡았습니다.
Op.4와 Op.7에 수록된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무대에서 자주 연주되며, 오르간 음악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남아 있습니다.
바흐에게 오르간은 단순한 악기를 넘어선 존재였습니다.
그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협주곡을 오르간으로 편곡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짧지만 밀도 높은 BWV 595와, 진위 논란 속에서도 사랑받는 BWV 597은
오르간의 영적 울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보석 같은 작품들입니다.
헨델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영국 오르간 음악의 명맥을 이어간 이는 존 스탠리였습니다.
시각장애를 지녔지만, 그의 음악은 밝고 품위 있었으며,
Op.2 협주곡에서는 단아한 아름다움과 고전적 균형이 느껴집니다.
이번에 함께하는 음악은 헨델, 바흐, 스탠리의 협주곡을 아우른 아홉 곡의 선율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오르간이 어떻게 울려 퍼졌는지, 천천히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헨델 – 오르간 협주곡 g단조, Op. 4 No. 1, HWV 289
헨델 – 오르간 협주곡 F장조, Op. 4 No. 5, HWV 293
헨델 – 오르간 협주곡 B♭장조, Op. 4 No. 6, HWV 294
헨델 – 오르간 협주곡 F장조, HWV 295 “The Cuckoo and the Nightingale”
헨델 – 샤콘, 오르간 협주곡 Op. 7 No. 5에서
스탠리 – 오르간 협주곡 b단조, Op. 2 No. 2
스탠리 – 오르간 협주곡 G장조, Op. 2 No. 3
바흐 – 오르간 협주곡 C장조, BWV 595
바흐 – 오르간 협주곡 E♭장조, BWV 597
이 아홉 곡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태어났지만,
오늘 우리가 듣는 순간, 한 자리에서 함께 울립니다.
그 울림 속에서—
거대한 성당의 기둥처럼 서 있는 파이프,
어둠 속에서 켜지는 촛불,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흔들리는 떨림까지,
모두가 음악의 일부가 됩니다.
감상 링크 : [https://youtu.be/NAvq6M7B5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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