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 싸이코패스 스타일의 클래식 필름.
오늘 소개할 영화는 스릴러 장르의 고전이자,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회자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Psycho)
소름 끼치는 현악기 사운드와 그 유명한 샤워 신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한편으론 과대평가되었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로 불리는 영화이기도 한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스릴러 영화 방면에서는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땐 고전 필름에 익숙해지고 있던 시기였고, 공포나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장르를 명확히 나눠보지 못하던 때라 꽤 루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중에 이 영화를 좀 더 큰 시야로 다시 보게 됐을 때, 초반의 심리적 표현과 중반부의 본격적인 전개, 그리고 후반부의 도달까지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놀라웠다.
많은 긴장감 없이도 흐름을 정확히 조절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치고 빠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고전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세련된 영화적 감각이 살아 있었던 작품이라 사랑받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앤서니 퍼킨스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 중 하나였다. 겉으로는 선해 보이지만, 미묘한 표정과 눈빛 변화만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불안감과 이면의 어둠이 인상적이었다. 큰 감정 기복 없이도 인물의 내면이 섬세하게 전달되는데, 이건 정말 대단한 감정 컨트롤이라고 느껴졌다. 후대에 수많은 배우들이 ‘노먼 베이츠’를 연기했지만, 결국 원조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1998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싸이코 리메이크도 보았지만, 오마주라기보다는 원작을 거의 동일하게 재현한 ‘컬러 복사본’에 가깝다는 인상이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원작의 감각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은, 만약 1960년의 싸이코가 애초부터 컬러였다면 과연 어떤 색감으로 표현됐을까 하는 점이었다. 흑백의 질감으로 인해 만들어진 긴장감과 상상력의 여백이 이 작품의 중요한 일부였다는 걸 생각하면, 라쇼몽을 떠올릴 때처럼 그 색감이 궁금해진다.
이후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리즈 베이츠 모텔도 흥미롭게 봤다. 전체적으로 원작의 깊이에 미치진 못했지만, 샤워실 장면을 현대적으로 비틀어낸 방식은 꽤 인상 깊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상징을 새롭게 읽어낸 지점에서 이 시리즈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싸이코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이후 수많은 스릴러·호러·사이코패스 장르 영화들의 원형이 되었던 작품이다. 지금 봐도 여전히 긴장감을 잃지 않는 그 완성도는, 왜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는지를 증명한다.
가장 유명한 샤워실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 화면에 실제 폭력은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사운드와 편집, 프레임 속 동선만으로 관객의 감각을 완전히 휘어잡는다.
버나드 허먼의 날카로운 현악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음악이 장면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장면과 완벽하게 맞물려 관객의 심리를 조종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덕분에 싸이코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서, 감각의 조형과 통제라는 면에서 영화적 완성도를 논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된다.
결국 싸이코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가 아니다. 이후 수많은 스릴러, 호러, 사이코패스 장르 영화들의 원형이자 기준점이 된 작품이다. 지금 다시 봐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완성도는, 이 영화가 왜 아직도 유효한지를 명확히 증명한다.
이후 등장한 많은 걸작들인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세븐의 존 도우, 겟 아웃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불쾌감까지 모두가 크고 작게 이 작품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을까 한다.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선, 불편함을 서서히 구축하는 연출, 관객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서스펜스의 구조. 그 모든 방식이 싸이코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장은 아니다.
싸이코는 단순히 충격적인 결말만을 남긴 영화가 아니다. 공포의 형식을 넘어서,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스릴러/미스터리 영화의 교본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