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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메종 파리

배고프더라 끝나고..

by 원일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지막 일정으로 그랑 메종 파리를 선택했다. 2019년 방영된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의 후속작이자, 세계를 무대로 다시 한번 별을 꿈꾸는 셰프들의 이야기다.

2월 오사카에 갔을 때, 당시 현지에서 흥행한 이후였고 거의 막을 내리는 분위기라 보지 못했고, 국내 개봉만 손꼽아 기다리던 차에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만날 수 있었다.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를 보지 않았어도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주요 인물들의 관계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녹아 있어 독립적인 이야기로 봐도 무방하다. 물론 드라마를 먼저 본다면 더 풍부하게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을 테지만, 필수는 아니다. 그래도 드라마가 재미있으니,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챙겨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생각보다 파리의 풍경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 하나하나의 오브제적 활용, 플레이팅의 비주얼, 조리 장면의 리듬감까지... 보는 내내 목젖이 저절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미식 시네마’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맛있어 보이는..


주방과 요리에 집중했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식당의 ‘홀’과 사람들 간의 관계에도 더 많은 비중을 둔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결국 음식 안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이 이야기에는 뻔하지만 그만큼 잘 먹히는 성장 서사의 공식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기무라 타쿠야가 연기한 주인공의 안하무인적인 성격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그보다 더한 고집의 한국인 캐릭터 ‘릭 유안’이 등장해 티키타카를 이룬다. 2PM의 옥택연이 맡은 이 캐릭터는 영화 내내 한국어만을 사용하며, 일본어와 프랑스어가 오가는 장면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모국어를 고수한다. 상대역인 기무라 타쿠야는 한국어를 안 하는 거지, 설정상 한국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묘한 언어적 긴장감이 꽤 흥미롭다. 다만 이 조합이 때때로 살짝 머리가 지끈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한쪽은 한국어로 빼액 한쪽은 일본어로 빼액. 으휴.





전반적으로 영화제 사이사이에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을 찾는다면, 그랑 메종 파리는 그나마 부담 없이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뻔한 구조 안에서도 음식, 인간관계, 성장이라는 세 가지 축이 안정적으로 버무려져 있어, 음식으로 느낀다면 코스요리인데 기본 이상이어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남기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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