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슈가 글라스 보틀

너만 있다면 바보짓 정도쯤은 해도 괜찮잖아?

by 원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왕십리까지 뚫고 다녀온 슈가 글라스 보틀. 아직 해피 엔드는 보지 않았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먼저 공개된 작품이니 큰 무리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상영은 CGV의 숏츠하우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는데, 단돈 3,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숏츠하우스로 소개된 세 번째 작품이고, 이전에는 서브스턴스의 흥행으로 '리얼리티+'가 두 번째 상영작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이 영화도 해피 엔드의 잔잔한 흥행으로 같이 소개가 된 듯하다.


슈가 글라스 보틀은 20분 남짓한 짧은 단편 영화다.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 새로운 상업단지 오버패스가 도입되기 전의 세상이다. 거리에는 정찰 로봇견이 어슬렁거리고, 그 안에서 연극부 아이들이 설탕공예로 만든 유리병을 깨며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영화는 두 소년, 유타와 코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유타와 코우는 성격도,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사뭇 다르지만, 둘 사이에는 장난기 어린 우정이 가득하다. 영화는 그들의 관계를 천진난만하게 풀어가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처음엔 단순히 소년들의 우정을 그린 청춘 영화처럼 보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예상치 못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어 당황스러울 만큼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긴다.

2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모든 걸 담아낼 수는 없었겠지만, 단순한 청춘 영화와는 결이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성장과 우정이라는 테마를 다루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낯설고, 그 때문에 더 매력적인 복잡 미묘한 그런 영화였다.



아직 해피엔드를 보지 않아 정확한 설정은 잘 모르지만, 우리의 이슬로 유명한 소주 참이슬이 첫이슬로 둔갑하고, 삼겹살은 한입 한쌈에 먹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주슨 그런 장면이 나오는 걸로 보아 재일교포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재일교포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하다. 2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탓인지 이런 설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 보고 나서도 어딘가 찜찜하게 남는 부분이 있었다. 해피 엔드를 감상한 후에 다시 슈가 글라스 보틀을 본다면, 그때야 비로소 놓쳤던 디테일들이 보이고,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좀 더 명확해질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