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소홀한 나의 두번째 첫사랑
★ 지인의 시사회 당첨으로 먼저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를 보고 왔다.
사실 이 영화는 예전 일본 여행 중, 영화관 전단지 코너에서 봤던 포스터 덕분에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일본 영화는 내가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게 무슨 영화지?’ 하고 관심만 두고 끝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기 한 달 전쯤 검색해보니 코시국이 시작되기 직전에 극장에서 봤던 러브 앳, 바로 그 작품의 일본 리메이크였던 것. 러브 앳을 워낙 재밌게 봤었고, 멜로영화에 박한 나로서 굉장히 좋았던 영화라서 기억이 많이 나는 영화 중 한편이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원작의 서사를 그대로 가져오되, 일본 특유의 로케이션과 감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에 있다. 원작의 틀을 따르면서도 일본만의 정서로 섬세하게 변주해, 이야기의 흐름이나 감정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감싸 안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인 러브 앳을 먼저 감상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원작이 가진 기본적인 서사와 감정의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일본 리메이크 버전이 이를 어떻게 섬세하게 변주했는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서로 다른 배경, 다른 언어와 풍경 속에서도 동일한 감정의 흐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묘한 감동이 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막 사랑을 시작했거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싶은 이들이 보기 좋은 영화다. 단순히 로맨스라는 장르를 넘어, 누군가를 마음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떤 이는 익숙함 속에서 사랑을 놓치고, 또 다른 이는 낯섦 속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여주인공 미레이의 존재는 영화 속 분위기를 한층 더 감각적으로 이끈다. 이번 작품이 첫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고, 노래와 감정 표현 모두 자연스러워 몰입을 도와준다. 화면 속 그녀를 보고 있자면 문득 젊은 시노하라 료코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레드벨벳의 아이린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단순한 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이야기의 감정을 꿰뚫는 에너지 같은 것이 전해진달까.
익숙한 듯 낯선, 낯선 듯 깊은 감정이 번지는 이 영화는, 혼자 보기에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본다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몽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