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내 주말의 33퍼의 즐거움이 또 떠나갑니다.

by 원일


올해 유독 진지하게, 집중해서 본 드라마가 세 편 있다. 바로 그놈은 흑염룡, 언슬생, 그리고 천국보다 아름다운.


사실 나는 그 유명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조차 본편은 본 적이 없다. 스치듯 지나가는 쇼츠로만 접했을 뿐이다. 그 당시만 해도 1년에 드라마 한두 편 볼까 말까 할 정도였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침드라마나 막장드라마 쪽에 더 끌리는 취향이었다.



그런 내가 언슬생은 처음부터 꼭 챙겨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고윤정 배우와 강유석 배우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팬심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두 배우의 연기를 한 작품 안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실 의학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다. 병원이라는 배경이 주는 특유의 무게감, 용어와 수술씬의 낯섦도 있어서 그동안은 자연스레 멀리했다. 그런데 언슬생은 달랐다.




전공의 1년 차, 사회 초년생인 오이영, 김사비, 표남경, 엄재일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해 나가는 에피소드들이 꽤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네 명의 캐릭터가 모두 분명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의 일과와 감정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더라.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환자 역할로 등장하는 배우들. 대부분 독립영화에서 자주 봤던 얼굴들이었다. 한때 독립영화를 참 좋아했던 내게는, 작은 반가움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였다. 익숙한 얼굴을 반가운 맥락에서 다시 만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는 6화. 오이영이 자궁을 적출할 뻔했던 산모의 요청으로 남편에게 욕을 내뱉는 장면은 정말 시원했다. 친누나가 임신 중 서운했던 기억은 평생 간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생각나 괜히 더 크게 웃었다. 실제로는 그렇게 못 하겠지만.

물론 이 드라마에도 빌런은 존재한다. 바로 명은원. 배우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명은원의 캐릭터를 보며 치를 떤 건 나만은 아닐 듯하다. 그만큼 연기를 정말 잘했다는 뜻이겠지.

반대로, 가장 좋았던 인물 중 하나는 서정민 교수. 매 작품마다 ‘그 사람 그 자체’로 스며드는 이봉련 배우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진짜 서정민 교수라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발견은 정준원 배우. 메인 남주인공이자 극을 끌고 가는 중심이었는데, 이전작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만난 것 같다. 캐릭터와의 찰떡궁합이랄까.


그렇게 언슬생을 마치고, 지금은 드디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정주행 중이다. 역시 재미있다. 연기도 훌륭하고, 익숙한 배우들, 독립영화에서 봤던 반가운 얼굴들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언슬생과 겹치는 캐스팅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두 시리즈 모두 다음 시즌이 너무너무 기다려진다. 그러니까 얼른 주세요. 목젖 자빠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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