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을 고통스럽고 가혹하게 다루는 시선
새벽 6시 극장을 찾게 된 1인. 새벽에 보면 졸지 않을것만 같던 포스터부터 기묘하고 불쾌한 분위기를 풍겨 궁금했던 작품. 서브스턴스와 비슷하게 바디 호러와 고어를 다룬다는 이야기에 이끌려 보게 됐지만, 예상보다 더 날이 서 있고 거칠며, 감정의 폭발력이 강한 영화였다.
시각장애인 딸을 잃은 여성이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위탁 소녀를 통해 죽은 자식을 되살리려는 비틀린 욕망을 다룬 심리 호러. 이야기 구조는 나름 정교하게 짜여 있지만, 전달 방식은 정제되지 않은 채로 거친 감정을 토해낸다. 모성애의 집착, 가정폭력의 흔적, 상실의 트라우마 같은 테마들이 너무 과격하고 직접적으로 표현돼 나에겐 다소 과잉처럼 느껴졌다.
핏기 가득한 생스테이크를 새벽에 억지로 씹는 기분.
몸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는데, 눈앞의 영상은 고통과 절망을 꽂아넣으며 무방비 상태의 정신을 흔들었다. “너무 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정적으로 아주 거친 체험이었고, 이건 단지 조조 상영이어서가 아니라 컨디션이 최상일 때 봤어도 비슷한 반응이었을 거란 확신이 든다.
반면, 바로 뒤이어 본 씨너스는 오히려 에너지가 충전될 만큼 열광하며 봤던 걸 보면, 이 영화의 에너지 방향성이 나와 너무 달랐던 것 같다. 전작 톡 투 미도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감정적, 미학적으로 이 잔혹한 세계관과 나는 거리가 있는 걸지도.
샐리 호킨스는 물론,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뛰어났다.
특히 아이들의 감정 표현은 영화의 핵심을 떠받친 수준.
촬영 후 멘탈은 괜찮았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될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다.
브링 허 백은 완전히 내 취향 바깥의 영화였다.
보는 내내 불쾌했고, 끝나고 나서도 찝찝함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내게는 올해 최악의 영화였지만, 의외로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걸 보면 이건 결국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궁금하다면, 스스로 컨디션과 마음의 여유를 점검한 뒤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말, 나와는 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