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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 Nov 26. 2015

10. 아직 차가 없는 이유


"빨리 차를 사야지~ 그래야 여자친구가 생길 거 아냐~"


요즘 주위 선배 형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다. 


그렇다.

나이 서른 하나에, 직장생활 5년 차. 

하지만 나는 아직 차가 없다. 






 솔직히 차가 없어서 불편한 것은 하나도 없다. 회사는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있다. 회사가 멀리 있었어도 서울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운전을 하는 것보다 대중교통이 빠르고 편할 것이다. 주말에 딱히 어딜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역시나 서울 내라면 주말 도심을 뚫고 운전하느니 대중교통이 낫다. 

 연애할 때는 자주 교외로 놀러 나갔다. 일찌감치 카 쉐어링을 애용한 덕분에 필요할 때만 차를 빌려서 썼다. 내가 차를 사더라도 거기에 주차를 하게 될 정도로 가까운 공간에 카쉐어링 존이 있다. 때문에 마치 내 차처럼 한 달에  두세 번씩 쓰곤 했다. 그마저도 솔로가 된 이후로는 딱히 쓸 일이 없다. 


 다만 차가 없어서 좀 쑥스러울 때는, 소개팅을 나갔을 때다. 소개팅이 다 끝나고, 머쓱하게 아직 차가 없다고 말하게 된다. 멋진 차가 있어서 집까지 모셔다 드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좀 미안하다. 


하지만 차가 없기 때문에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나랑 맞는 사람이 아님에 분명하다. 



 돈이 없어서 차를 안 산건 아니다. 엄청 잘 버는 전문직은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뜰살뜰 돈을 모아 왔다. 대단한 차 살 정도는 못되어도, 딱 30대 초반의 형편에 맞는 차 한 대 살 정도의 돈은 있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차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다. 나라고 왜 아니겠는가. 네이버, 다음의 자동차 섹션을 매일 들여다보며 어떤 차가 새로 나왔는지, 리뷰는 어떤지 거의 모든 기사를 읽어본다. 실제로 너무 마음에 드는 차가 있어서  판매점에 가서 거의 싸인을 하기 직전까지 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지금껏 차를 사지 않았다. 



 나이를 먹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결혼이란 걸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에는 제법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내가 만약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내가 아직 학생이거나, 수입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내가 모아놓은 돈으로 우리의 결혼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차를 덜컥 사버리면, 결혼을 위한 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다. 혹시나 그것이 나의 사랑과 결혼을 결정하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정말 싫다. 그래서 여태 차를 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모든 것에 제약을 받더라도, 사랑 만큼은 자유롭게 하고 싶다. 


그 자유를 위해서, 지금 욕심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 혹여 돈 한 푼 없더라도, 사랑 이외에 다른 이유들로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돈과 배경이 좋은 것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경제적인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더 준비되어 있고자 한다. 


그리고 나서 차를 살 생각이다. 그 사람과 내 형편에 딱 맞는 가장 예쁜 차. 우리가 함께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너무 행복해서 고른 차. 


집도, TV도, 장식장도, 식탁도, 찻잔도. 

지금 내가 갖고 싶은 것보다는, 함께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아직 차가 없다. 




("넌 무슨 차 타고 싶은데? 그래 그거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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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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