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동갑내기 친구가 물었다. 서른 한 살이나 먹어서 아직도 그걸 모르냐고 타박하면서 대답을 해 주려다가 나도 말문이 막혔다.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언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 친구에게 해 준 대답,
"너가 추운 겨울날 그 사람이랑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어. 그 사람이 따뜻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손을 녹이고 있네. 근데 자꾸 그 손에 눈이 가고, 그 손등 위에 네 손을 감싸주고 싶다면, 너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그게 다야?ㅎㅎㅎ"
"응. 그게 다야.ㅋㅋㅋ"
첫사랑과 처음으로 손을 잡던 날을 잊어버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말고사를 망쳤다며 기숙사 앞에서 울상을 짓고 앉아있는 그녀.
이런저런 위로의 말이 그녀의 마음에 닿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던 내 마음.
그녀가 집에 갈 시간이 되어 돌아가던 길,
주저 주저 그녀의 손을 꼬옥 잡고, "괜찮다, 괜찮아!"라고 씩씩한 척 팔을 휘휘 저으며 어색함을 지우려 애쓰던 나.
초여름 기숙사길에 줄지어 서 있던 가로수들의 푸르름과 시원하게 울어대던 매미들의 울음소리까지.
손 끝에서 시작된 그 감촉이 온몸으로 전달되어, 모든 감각과 모든 감정이 세상을 향해 다 열리던 그 순간.
생각보다 보드랍고, 생각보다 까칠하고...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약간은 어질 하던.
그 여름 우리에게 많은 일이 있었고, 결국 모든 첫사랑처럼 겨울이 찾아왔지만.
그녀와 손을 잡던 그 순간만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름보다 겨울이 사랑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인 이유는,
처음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온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는지.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장갑도 안 끼고 나가고 싶다.
그녀의 손을 잡고 내 주머니에 쏙 넣어,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게 훨씬 더 따뜻할 테니까.
물론 겨울보다 여름이 사랑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인 이유도 엄청 많겠지?!
뭐, 사랑은 언제 시작해도 좋을 거야. 엉엉.
추위도, 더위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감각 앞에선 무기력해지니깐 말이다.
세상에 사랑을 알아채는 방식은 수천, 수만 가지는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할 것 없다.
그 사람의 손에 자꾸 시선이 가고, 그 손을 잡고 싶어 진다면
그건 분명 사랑이다.
이 다음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고백을 하게 되면,
꽃과 함께 핸드크림을 선물하고 싶다.
내가 잡을 손이니까.
(이미 핸드크림은 준비를 해놓았는데, 그녀는 아직 받을 준비가 안됐는지 나타나질 않는다. 하하하...)
* 제가 애독하는 달님님의 '손을 잡는다는 것(https://brunch.co.kr/@20150127/36)'을 읽고 쓴 글입니다. 일부러 제목도 똑같이 지어봤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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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