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비 Jan 29. 2016

19. 소개팅 이야기, 셋 : 성공의 조건


 우리 부서에는 결혼하지 않은 네 명의 젊은 남자 사원들이 있다. K대리(나), J대리, W사원, H사원. 우리 넷은 나이도 비슷하고, 아직 미혼에, 작년까지는 넷 다 여자친구도 없던 터라서 가까이 지나며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된 관심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불 보듯 뻔했다. 다행히(?) 서로의 인맥이 겹치지 않아서, 부담 없이 각자의 연애 사업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러던 중에 작년 말, W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것도 무려 소개팅으로!!

W는 우리 넷 중 유일하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여자친구와 함께 보냈다!!! (배신..)


소개팅 하면 누구에게 지지 않던 J대리는 물론이고, 몇 번 소개팅을 해 봤지만 '이건 불가능해'라고 생각하던 나 역시 충격에 빠졌다. (H사원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



얼마 전 우리끼리 밥을 먹으며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만나게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사귀게 되었는지 등등등.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어떻게 보냈는지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


그러던 중 J가 물었다.


J : 근데, 둘 중에 누가 먼저 좋아했어요?


그때, W가 답했다. (경상도 사투리 억양으로.)


W : 저도 딱 처음 만났을 때, '아, 이 사람 진짜 괜찮다.' 싶었어요.  근데 나중에 물어보니까, 상대방도 제가 애프터 안 하면... 자기라도 한 번 더 보자고 말하려 했다더라구요.


일동 : (잠깐 벙찜) ...이욜~~~~~~




.....부러웠다. 졌다.



소개팅에도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기에 일반화 하긴 어렵겠지만,  이 정도는 돼야 소개팅에서 성공하는구나 싶었다.







소개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에는, 많은 변수가 필요치 않아 보인다.


"만난 지 30초면  결정되는 거 아냐?"

"소개팅은 그냥, 건네 받은 사진이 실물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러 나가는 자리야.ㅋㅋ"


이런 말들이 딱히 틀린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람은 몇 번, 만나봐야 알지."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닌데, 일단 처음 봤을 때 호감이 확 생겼다는 전제 하에, 혹~시 이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아닌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몇 번 더 본 경우여야 성공할 수 있는 듯하다.

처음 만났는데 긴가 민가 하다면, 몇 번 더 만나봐도 호감이 생기기 어렵다.

일상에서 만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 나에게 꽂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소개팅처럼 인위적으로 만나면서 이면의 매력을 찾는 건 진짜 어려운 일.



남자는  보자마자 애프터고 뭐고 내일 당장 이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여자는 이 사람이 애프터 안 하면, 자존심이고 뭐고 나라도 연락해서 또 보자고 하고 싶을 때.



그 정도는 돼야 성공하는 게 소개팅이다.





(W를 바라보는 K, J, H의 모습이랄까...)




아무래도 나는 한 번에 딱 꽂힐 만한 사람은 아닌데...

W의 성공 사례를 듣고 다니 더욱 자신이 없어졌다. 에휴.









* 지난 글이 많이 길고 무거워서 오늘은 짧게 가보았습니다.

다들 즐거운 금요일 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솔로이신 분들은 소개팅도 좀 하시구요~ 하하하..................하하................또르르.............(눈에 땀이...)



-


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

매거진의 이전글 18.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