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결혼한 인생 선배님들을 통해서 명절 때 발생하는 시댁/가족 간의 갈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바가 있어, 2박 3일 간 [12인분 x 8 끼니]의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혹시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부터 명절일을 하면
엄마가 "와이프 생기니 그제야 도와준다."며 서운해하시고 고부 갈등의 싹이 틀까 염려되어,
있지도 않은 며느님을 위해 벌써부터 밑밥을 깔기 시작한 것.
앞으로 몇 년간, 명절 때 주방에서 일하는 게 당연한 걸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의외의 태클은 할머니로부터 들어왔는데...
할머니 : 남자 놈이 왤케 주방에 들락거려~
손자 : 할머니, 요즘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예요. TV 보면 맨날 요리사 남자들만 나오잖아요.
할머니 : 오메, 그런가~?
손자 : 그럼요~ 요즘 돈 주고 요리 배우는 사람도 있다니깐요~
할머니 : 아이고, 참 별난 세상이여~
손자가 주방 출입권을(를) 획득하였다.
쩝... 뭐 대단하게 누군가는 도와주고, 누군가는 도움을 받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손자들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고생하신 엄마들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나누시고,
할머니는 내 새끼들 설거지시킨다고 노발대발하시고,
평소엔 연락도 잘 안 하고 사는 손자들은 이럴 때라도 손발 맞추며, 그간 어찌 살았는지 이야기 나누고...
이렇게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웃고, 같이 떠드는 게 가족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가족엔 언젠가 생길 나의 사랑하는 아내도 포함되어 있다. (부끄-_-*)
함께 일하고, 함께 노는 것이 당연한... 그런 가족의 일원으로 맞이하고 싶다.
그러니 이 땅의 모든 싱글남들이여.
이번 설엔 거실에서 티비나 보면서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상만 따박 따박 챙겨 먹지 말고, 주방으로 고!
이제서야 한 걸음 내딛었습니다만, 요번 설엔 장보기, 전 부치기, 요리하는 것까지 다 함께!
(오른쪽이 나. 왼쪽은 형이 설거지하니 어쩔 수 없이 동원된 착한 사촌동생)
그래도 #안생겨요 #ASKY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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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