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데 한 커플이 눈에 띄었다.
한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은 채 무심하게 밖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
남자의 쇼핑팩 든 손에 자기 손가락을 걸고, 남자의 팔을 붙잡고, 남자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거는 여자.
여자가 저렇게 애처롭고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데도, 남자의 시선은 마냥 그것을 외면하기만 할 뿐이었다.
저들의 사랑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일까.
처음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왠지 헤어지기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도 같고, 그녀와 그의 사랑 역시 오래 남은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서늘해졌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사람을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사랑을 담는 건 어쩌면 입이 아니라 눈일지도 모르겠다.
길을 가다가 서로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커플을 보게 되면,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고 하던가. 꿀꿀꿀.
그 시선을 잊을 수 없어서, 그 따스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우리는 그렇게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그러니 만약 당신에게 세상에 둘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야기 해 주고 싶다. 지금,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봐주길.
-
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