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헤어진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젠 제법 이별을 겪어 봤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모든 사랑이 다르게 설레는 것처럼, 모든 이별은 다 다르게 아팠다.
이별을 한 이후에는 예전에 글로 썼던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카톡 프로필도 바꾸지 않았고, SNS에 힘들다고 징징대지도 않았다. 힘들어서 휴가를 내지도 않았고, 그냥 어제 같은 오늘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불쑥 연락하고 싶어 진 적이 없지 않았지만, 꾹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사랑하는 동안은, 글로 썼던 것처럼 사랑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끝없이 밀려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해주고 싶었던 것들,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다짐들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나는 그것이 참 부끄러웠다.
그 간 여러 편의 글을 썼지만, 결국 그것들을 내놓지 못했다. 어떤 글은 헤어지기 전에 썼던 글이기에 헤어지고 난 시점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헤어지고 나서 쓴 글은 그냥 엉망이었다. 나의 힘듦을 쏟아내는 글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저 침묵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추위를 못 견뎌했기에, 우리는 그렇게도 함께 할 봄을 기다렸다. 그런데 봄이 오니, 내 곁에는 그녀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기다렸던 그 봄이 아니었다.
시간만 흘렀을 뿐, 봄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아니 어쩌면 필연적으로.
서로의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료와 밥 한 끼를 먹게 되었다.
따뜻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아무렇지 않으려 노력했던 고집들까지도 함께 내려가는 듯했다.
"저, 여자 친구랑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었나 봐요."
그 한마디를 내뱉고, 함께 밥을 먹고 있던 동료의 위로 가득한 눈빛을 보고 나니,
비로소 얼었던 마음이 녹고 봄이 오는 것 같았다.
기대하고 기다렸던, 봄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고, 겨울은 끝나가고 있었다.
다시, 봄이 오고 있다.
겨울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기어코 봄은 온 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다시, 봄이다.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