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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 Dec 30. 2016

41. "자기는 나 어디가 좋아?"

곁에 있는 이에게 듣고 싶은 말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체형에 관한 것이다.


나는 말랐다. 그냥 마른 게 아니고 몹시 말랐다. 스무 살 이후로 받았던 신체검사에서 단 한 번도 "저체중"을 벗어난 적이 없다. 키도 큰 편은 아니지만, 몸무게는 더하다. 내 몸무게를 듣고 "남자 몸무게가 정말?"이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예능을 통해 공개되는 웬만한 여자 연예인들 몸무게와 비슷한 수준이니 말 다했다.


(올해 건강 검진도 변함 없이...)



이 얘기를 들은 분들은 대부분 "말라서 좋겠다.", "부럽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여자들이 더욱 그렇다.


내 몸에 관해 내가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


"난 정말 너랑 딱 하루만 몸을 바꿨으면 좋겠다. 그럼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 아니야. 나는 20년째 다이어트 중이란다."



주위의 반응이 이렇다 보니 예전엔 나도 내 체형과 몸무게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말라서 딱히 불편한 것은 없었다. 무거운 짐을 나를 때는 좀 힘들지만, 페트병 뚜껑 잘 따고 과자 봉지 뜯을 정도의 악력은 있으니 그럭저럭 살만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른바 '결혼 적령기(?)'가 되고 내가 '남자'로서, 혹은 '남편감'으로서 평가를 받는 시기가 오니 점차 나의 마른 체형이 단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같은 조건이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듬직하고, 단단한 남자가 더 우월한 것으로 인식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외모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녀들. 하지만 그녀 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더 건장한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평균'의 범주에만 에라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경험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 점점 콤플렉스가 되어갔다.


여름이 정말 싫었다. 겨울엔 두툼한 옷과 외투로 나의 체형을 감출 수 있었지만, 여름엔 그럴 수가 없었다. 매일 가야만 하는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여름에 누군가를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첫인상부터 나의 이 마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자신이 없었다.








"(좋은비)씨는 언제 제가 좋아졌어요?"


"첫눈에 반했죠."


"거짓말하지 마세요. 처음 봤을 때 당황하던 눈빛 다 기억합니다."


"헤헤. 그러게요. 제가 언제 희선씨에게 마음을 열었을까요....

음...아마도 희연씨가 '저는 원래 마른 사람이 이상형이에요.'라고 말했던 순간이 아닐까요?"


"그래요?"


"네. 아마도 그때인 것 같아요. "




나의 가장 자신 없는 부분, 나의 콤플렉스를 기꺼이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

이 사람이 내 연인이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기는 나 어디가 좋아?"


은근히 연인들 사이에 많이 하는 질문.

보통은 "다~ 좋아.", "좋아하는 데 뭐 이유가 어딨어~"라고 넘어가곤 한다.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딱히 어느 부분이 좋다기보다는, 그냥 다 좋아서 좋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다해 그 사람이 가장 자신 없어하는 부분을 좋아한다고 말해 준다면.



나는 당신이 통통하고 귀여워서 좋습니다.

나는 당신이 작고 아담해서 좋습니다.

나는 당신이 지적이고 똑똑한 면에 반했어요.

나는 당신의 순수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좋더라구요.

나는 당신 볼에 있는 점에 푹 빠졌어요.

당신이 웃을 때,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활짝 웃는 게 좋아요.

당신의 발이 커서 함께 여기저기 실컷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평생의 콤플렉스와 부끄러움이 나로 인해 극복되고, 그 사람이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면, 우리의 관계도 더 아름답고 건강해지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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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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