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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비 Nov 09. 2015

07. 헤어진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사람이 있었다. 나는 준비할 시간 조차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만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연락해도 답하지 않을 거라고. 


나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공부를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고, 친구와 밥을 먹다가도 불현듯 슬픔이 몰려왔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김애란의 소설을 읽고,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들었다.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면, 바닥에 앉아 기도를 했다. 내 마음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이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도 너무 너무 그녀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붙들고 싶었다. 혹은 화를 내고 싶었다. 원망하고 상처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단호함은 그것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수십 번도 더 그녀의 연락처를 누를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시간을 이기는 감정은 없었다. 조금씩 내 일상을 찾았고, 내 삶을 더 열심히 살았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소식에 또 며칠 죽을 듯이 아팠지만, 그래도 그것조차 흘려보낼 수 있었다.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딱 1년이 지난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우연히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뒷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너무나 놀라서 숨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학원이었는데, 그녀도 내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1년 만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며칠 뒤가 그녀의 생일이었다. 그 전날, 그녀와 다시 만나 밥을 먹고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그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고 괴로웠는지...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고, 네가 연애하는 것도 다 알고 있다고...


그녀는 많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의 짐들을 조금씩 덜어냈다. 


그 뒤로 우리는 가끔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애를 했고, 나도 나름대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최고의 연애 코치이자, 인생의 상담사였다. 


그녀와 다시 잘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거의 5년이 지난 시점에, 그녀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나는 진심으로 그녀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헤어졌을 때, 특히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원치 않게 차였을 때, 우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실수를 하곤 한다. 울면서 매달리기도 하고, 계속 연락하기도 하고, 화를 내거나 엄청난 원망의 말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견디기 어려운 일인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감정이 남아있다면, 다시 그 사람과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차라리 그 미친 듯이 흔들리는 시간 동안만큼은 그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는 게 낫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언제나  변화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이 차갑고 무거워도, 인간인 이상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마음은 없다.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도 많이 아플 것이고, 아마도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라는 확신이 100%인 마음은 없다. 하지만 헤어지고 난 뒤에 상처를 준다면, 헤어짐의 확신은 100%에 가까워진다. 바보 같은 일이다. 오히려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바와 정 반대의 결과를 낳을 뿐이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사귈 수 있다. 그런 일은 수도 없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한 번 헤어진 사람과는, 똑같은 이유로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라고 말한다. 

나는 반대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한 번 만났던 사람과는, 똑같은 이유로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 

이별의 이유가 크다고 한들, 사랑의 이유 역시 그보다 작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나를 차 버린 사람에게 상처 주는 것을 멈춰야 한다. 상처 줄게 뻔하다면, 그냥 연락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내 인생에 잊지 못할 행복을 안겨준 사람이지 않은가. 언젠가 또 우리가 사랑하게 될지 모르지 않는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 만큼은 막도록 하자. 

그 사람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절대적인 헤어짐이란 없다. 해가 지고, 다시 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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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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