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연애하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글쎄. 아마도 사귀기 직전에 썸타던 시기 아닐까? 그땐 정말 두근두근 설렘 장난 아니잖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몰라 불안불안 하지만, 뭔가 좋은 느낌이 오고 가고,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씩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고,
그 사람이 던진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 큰 울림이 되는 시간들.
어떻게든 더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고,
행여나 그 사람의 문자를 놓칠까 봐 폰을 붙들고 살고,
그 사람과 문자 할 때면 웃음을 감출 수 없어, 금방 주위 사람들에게 들통이 나는 그런 시기.
확신이 없기에 더욱 간절하고, 불안하기에 더욱 짜릿 한 바로 그때.
하지만,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모든 관계는 익숙함에 물들게 되고,
이전에 설레던 것들이 무덤덤해지고,
내가 들이는 노력들도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새로운 자극에 눈을 돌리게 되고, 관계는 무너지고,
우리는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최고의 설렘, 익숙함, 무덤덤, 이별. 무한 반복이다.
내가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그 익숙함을 받아들여 계속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같이 사는 재미에서 오는 신혼의 달콤함도 잠시.
내 몸처럼, 공기처럼 익숙해져 아무런 떨림도 없는 사이가 되고,
그러다가 아기가 태어나고, 배우자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붓게 된다.
정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살지만,
정말 둘 간에 사랑이 넘치는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결혼 5년이 넘은 선배들 치고, 빨리 결혼하라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다들 그렇게 비슷하게 사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연애를 했었다.
다음번에 연애를 한다면,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꼭 해보고 싶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연애.
인간은 무조건 동일한 감각이 지속되면 질리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설레고 두근거리기 위해서는 새로움에 대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 뭐 연애하는데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 창의적이고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웃긴 일이다.
따끈따끈한 이야깃거리,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취미,
함께 떠나는 여행,
갑작스러운 선물,
나름대로의 변화와 변신,
틈틈이 찾아가는 새로운 맛집,
야식을 좋아할 그녀를 위한 새로운 레시피...
노력하지 않고 사랑을 유지하려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고,
가장 어렵고,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 연애임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언젠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면,
결혼식장에서 꼭 말하고 싶다.
오늘부터 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내일이 오늘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그래서 10년 후에도, 나랑 있는 20년 후가 더 행복할 거라고 믿게 만들어 줄 거라고.
그러니,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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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