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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Mar 29. 2024

깃발을 꽂아야 매출도 냅니다.

해영미로 9화

어느 회사의 주주총회를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주들은 주식을 구입함으로써, 그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인 만큼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고는 합니다. 각 사업부 임원 분들이 금년 영업 활동에 대한 브리핑을 끝내고, 질의를 받는 시간에 한 주주 분이 이야기를 합니다. "OOO 사업부는 전략이 없고 모호한 말씀만 하시네요. 지금 해외에서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인데, 미국 시장에 대한 전략이 어떻게 되는지, 혹은 일본이나,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이 어찌 되는지, 이야기가 없습니다. "


자연스러운 질문이었습니다. 주주들은 배당을 받기도 원하지만, 그보다 바라는 것은 바로 주식의 주가가 오르는 것입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을 주력으로 삼는 회사의 주식 이른바 '내수주'로 분류되는 주식들이 있지만, 그를 제외한 주식들의 경우, 주가를 가장 높게 띄울 수 있는 묘수 중 하나가 바로 해외 시장 개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IR에서는 해당 기업의 해외 진출 소식을 큰 소재로 삼아 영업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해외 진출 소식이 바로 당장의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며,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시장 조사 및 관련 법령, 법규 조사, 제품 등록 및 인허가 취득 등 상당한 절차를 거쳐야 함과 동시에 비용 및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눈앞의 매출을 중시하는 조직의 경우, 이러한 부분을 기다려 주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해당 임원의 임기가 연장되는 부분은 매출 실적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러 국가에 들어가서 판매를 일으켰다고 해도, 눈에 띄는 매출 실적이 아니라면 없다면, 해당 임원이 오랜 기간 임기를 연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해외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회사들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해당 국가에 '깃발'을 꽂아야 하는 과정이 있기에, 해당 국가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의 임원 및 대표님들께 이 글을 빌어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힘쓰고 있는 해외영업 담당 임직원들께 시간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막연한 시간을 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초기 스터디를 통해, 해당 국가의 매출이 발생하기까지의 타임 테이블을 설계하시며, 실무자들과 기탄없이 소통하시며, 해외 진출 시기에 대해 일정 부분 상호 간 약속을 하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가 어떤 특성을 지녔기에 해당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법령을 고려하여, 관련 서류를 취합하고,  제품 판매를 위한 인허가 취득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드는지, 제품 판매 인허가 혹은 등록 후,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매출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등을 수시로 실무자들과 확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업무에 당연히 속도를 내야 하지만, 그 시기를 무리하게 당기려고 하면, 중간의 절차가 생략되거나, 준비가 미흡해져, 사고가 발생하거나, 시기가 도로 늦춰질 수 있으니, 최대한 현실적으로 시기를 산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여 중동 진출을 할 때, 아랍어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읽는다는 사실도 모르고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상사 분께서 그 사실을 아시고 굉장히 신기해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다양한 중동의 법규들과 부딪혀, 일을 맡은 지 1년이 더 넘어서야 첫 판매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틱한 해외 매출 신장의 첫 단추는 미지의 땅에 깃발을 꽂는 험난한 과정 없이 채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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