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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Apr 05. 2024

무슨 일이든 제품을 이해하는 것부터

해영미로 10화

2010년, 중국 주재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에 저는 Disney plushed(plush) toy, 즉 디즈니 봉제완구 아이템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현지 직원을 채용해서 팀을 꾸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하였습니다.


"저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어요. "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따라서 미국 자본주의의 산물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중국 현지 직원들이 보고 자랐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근거한 제품들인지 구별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기간을 드릴 테니, 디즈니 만화 관련 자료를 찾아보세요. 일주일 뒤에 제가 간단하게 테스트를 할게요."


순박했던 현지 직원들은 열심히 디즈니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해주었습니다. 일주일 뒤,


"샘플실에서 '벨'을 찾아와 보세요."


신입 사원들은 많은 샘플들 중에 해당하는 캐릭터 제품을 잘 찾아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벨을 찾아와 준 현지 신입사원이 해준 말은 지금도 인상 깊습니다.

"저는 벨이 디즈니 공주들 중에서 제일 좋아요?"

"왜 벨이 좋아요?"

"다른 공주들과는 다르게 무서운 야수가 사는 성을 용감하게 혼자 들어가거든요. 진취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 생각지도 못한 현명한 대답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진취적인 대답을 해준 팀원은 빠르게 제품에 적응하며, 훌륭하게 업무를 맡아 주었습니다.


무슨 업무든 제품이 먼저입니다. 제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품의 장점을 알지 못하고, 제품과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면, 우리의 고객이 제품과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게 하는 마법을 부리지 못합니다.


때때로, 업무 및 매출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해,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해외 영업 업무에 임하는 분들 혹은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품의 주성분이 어떤 것이며, 부가 성분들은 어떤지, 향은 어떤지,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와 그 향의 조합이 맞는지, 혹은 그 포장이 그 국가의 문화와 잘 맞는지 선제적인 고찰이 필요하지만, 쫓기듯 실적을 재촉하는 회사 풍토, 문화 속에서는 이런 중요한 과정들이 뒷전으로 밀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제품을 어설프게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주요 성분이 3개인데, 2개라고 알고 있는 상황이나,  2개만 제대로 알고, 1개를 잘못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차라리 주요 성분을 하나도 모르면 다시 확인하고 배우려 할 텐데, 주요 성분을 2개만 알거나 어설프게 잘못 알고 있으면, 본인이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인 제품 교육 및 제품 교육 자료들을 잘 구비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전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은 전 직원들이 모여서 브랜드 슬로건을 같이 읽으며, 신제품 교육을 받 시험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학교 수업처럼 진행하는 부분은 구시대적이라 느꼈으나, 그때 생각해도,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는 맨얼굴로 출근해서 저희 회사 제품을 발라봅니다. 추가로 샘플을 올려서 동료 직원들에게 사용해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디 회사의 윗분들은 직원들이 공짜로(?) 자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시기를 바랍니다. 자사 제품 잘 쓸 줄 아는 직원이 잘 파는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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