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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Mar 22. 2024

브랜딩이라 말하고, 읽고, 쓰고...

해영미로 8화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조직이 원하는 방향이 맞지 않아, 최근 심각하게 회사를 떠나볼까도 생각이 듭니다.


본부에서 갑자기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마치  단어 속에서 "무조건 가격 올려, 싸게 팔지 마, 우리는 국내 탑브랜드니까."라는 조직 윗 분들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이라 말하고, 읽고, 쓰지만, 제 각각의 뜻을 담아 소통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의미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브랜드, 즉 쉽게 말해 회사의 상표를 뜻하겠죠. 그 상표는 어디에서 나오게 될까요? 바로,  상표가 가지고 있는 뜻, 즉 브랜드가 가지는 정체성과 철학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그 정체성과 철학이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며,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가 지닌 정체성과 철학이 담긴 가치를 해당 제품의 원가에 얹어 지불하고 제품을 구입하는데, 원가와 브랜드의 가치가 더해지면 비로소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은 제품의 브랜드 가치, 즉 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드는 힘, 이를 높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말 그대로 브랜딩을 하면 되지 않느냐, 네 하면 됩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오랜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제품의 품질은 기본, 오랜 기간 동안 브랜드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알리고, 지켜내야 하지만, 이러한 브랜딩이 지닌 특성이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문제가 됩니다.


특정 상품을 개발하여, 그 제품에 가격을 매겨 판매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품목에 스토리를 입히고, R&D를 통해 품질을 증대시키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일정 기간의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제품을 단순히 현재 가격 및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낮추고 대량 생산하여 판매한다면, 단기적인 매출은 늘어날 것이며, 또한 해당 기간에 재임하는 임원들의 실적이 됩니다.


그러니, 어떤 담당자 혹은 임원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기적인 매출보다 브랜딩을 하는 방향으로 경영 방침을 잡는다면, 단기적인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해당 기업의 오너가 이를 순수하게 바라봐 줄지 의문입니다.


결국, 빠르고 더  빠른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기나긴 브랜딩의 과정을 기다리는 것을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여기에 싫증을 잘 내는 국민적 성향 또한 더해져 브랜딩의 무용성을 실감하게 합니다. 한국에서 30년 넘게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모두 아는 그 한 군데가 남아 있기는 있지만, 나머지들은 한 때 번성했더라도, 지금은 찾아볼 수 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두 어디 갔을까요?


전 세계가 접어들고 있는 저성장의 시대에도 브랜드 가치를 단기 매출 달성을 위해 녹여서, 빠르게 소모하고, 폐기하면서, 홀로 고성장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안정적이고 건실하게 올바른 가치를 지닌 브랜딩을 통한 성장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백일이 갓 지난 딸아이의 햇살 같은 미소를 바라보며, 오늘 다짐을 했습니다. 지금부터 돈을 벌기 위한 생각에서 나오지 않은 순수한 철학이 담긴 브랜드를 만들어, 우리 딸에게 물려주겠다고, 더 늦기 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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