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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호 Mar 08. 2024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고요?

해영미로 6화

어느 날, 오전의 고된 업무를 마치고, 홀로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강아지보다는 낫고 싶어서 점심시간에 업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가 스마트폰 화면에 떴고, 직감적으로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녹색 수화기 모양을 눌러 밀었습니다.


나 : "여보세요? "

상대방 : "네, 매니저님, OOOO, OOO 관세사입니다."


아차, 외국환검사 기간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습니다. 당사의 검사 진행을 도와주시는 에이전트 분이셨습니다.


상대방 : "OOOO 어카운트 관련해서, 정리해 주신 내용 봤는데요. "


내용인즉슨 제가 소명한 외화수금 내역을 보다 자세히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어카운트의 경우, 전임자 분이 90% 이상 진행하였고, 더 이상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어카운트였습니다. 제 경우 마지막 주문 금액에 대한 수금만 진행한 후 마무리하였기에  이상의 자세한 소명은 메일 상의 내용 이상 드릴 것이 없다고, 약간 퉁명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전화가 길어지면서, 제 점심 식사가 끊어진 것에 대해 아주 약간(?) 짜증이 났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 "그렇다면 인사팀에 요청하여, 전임자 신상 정보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전임자 분을 소환해야 할 수도 있어서요. "


나 : "전임자가 오셔도 해당 문제 제기 시점으로 지금까지 5년 가까이 지났는데, 설명이 가능하실까요? 5년 전 일을 더군다나 숫자 내역까지 상세히 기억하시는 분이 얼마나 되실까요?"


상대방 : "이 부분이 잘 소명이 되지 않으면, 외국환 이슈의 경우, 형사 처벌도 가능할 수 있어서요. "


보통 이 정도 대화가 오가면, 드라마 같은 곳에서는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거예요?"라는 상투적이면서 짜증 섞인 대사가 나오던데, 저는 그만 약간 꼬리를 내리게 됩니다.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요?" 


그렇습니다. 저 또한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 경찰서, 검찰 이야기하면 약간의 겁은 스스로 집어 먹죠. 이래서 보이스 피싱 범죄자들이 그렇게 검찰, 경찰을 사칭하나 봅니다.


자세를 고쳐 앉은 저는 신속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올라가 더 소명할 것이 없는지 캐비닛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전임자로 말할 것 같으면 함께 2년 정도를 고생하고, 늘 식사도 함께하고, 비슷한 연배에서 여러 인생 고민도 나누는, 제게는 동료 이상인 친구 같은 분이셨기 때문에, 이 일로 그분을 소환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윗 분들 중 몇몇 분들은 외국환 검사가 나온다고 하니, 형식적인 부분이라고, 정부에서 세수가 부족한 것 같다는 둥 별 것 아닌 문제로 치부하셨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외환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지녔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회사의 직원이니까 회사 차원에서 책임을 지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 또한 외환법 앞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해외 영업을 진행하면서 간단한 외환법 상식에 대해 숙지하고, 관련 부서와 법적인 측면에서 외환 업무를 바라보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캐비닛을 샅샅이 뒤져서, 전임자가 기억 못 했던 부분까지 모두 소명하여 에이전트 측에 보냈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을 하여서, 이 문제로 전임자 분을 소환당하심 없이 지켜냈습니다. 누군가 제 후임자분도 제가 한 것처럼 저를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저는 후임자님께서 곤란하실 일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제 최선을 다해서 말이죠.

이전 05화 라인이 나와야 팔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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