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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Dec 08. 2019

남극점


적막함이 범람하고

의문이 공간을 메워가면

발 디딘 이곳 혹한임을 되새겨본다

내쉬는 모든 말을 마디마디 얼려 부수는 땅

그 위에서라면 이 침묵 용인될지도 모를 테니


그러나 동시에 일순의 망설임

동상으로 이어지는 경각의 


추위를 침묵보다 싫어했던

그대가 결국 참지 못해 입을 열

두려운 나는 빙하 위로 도망치고

그대는 가련한 눈빛만으로 뒤를 쫓는다


연민의 온도를 견디지 못한 빙하는 틈을 벌리고
거대한 크레바스가 되어 나를 삼켜낸다


부패조차 허락 않는 냉기로

나는 그대를 바라본 채 동사하겠지

그대만을 바라보며 죽은 채 영원하겠지


영원한 시선을 약속받은 이여

그러니 그 시선 거두기 전 

하나만 물어도 될까


나는 그대의 넓은 균열 
그 어느 틈새에 빠졌던 사람이었



<남극점>, 이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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