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를 쌓기로 결심하다,
간호학을 전공했고 간호대학을 졸업하여 소위 대한민국 빅 3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불현듯 금융업계로 전향한 지도 올해 14년 차가 되었다.
직업 전향을 결정하면서 그렸던 여러 가지 목표들 중 하나가 책 쓰기였는데 10년 차가 되면 가능하겠거니 했지만, 지독한 완벽주의 성향과 결벽증을 가미해 스스로 느끼기에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며 여태까지 미루고 또 미루었다. 정확히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단 핑계로 책은커녕 글 쓰기 연습조차도 안 하는데 정말 이러다가 그대로 흘러버린 10여 년의 시간만큼 나의 목표도 초심을 잃고 휘리릭 휘발될까 봐 머리 쭈뼛해지는 새해 벽두를 기념하여, 호기롭지만 치매예방 운동을 시작한다는 캐주얼한 기분으로 마일리지 쌓듯이 꾸준히 혼을 담아 글을 연습하기로 한다.
나는 솔로다. 내가 연예인이었다면 한 번쯤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을 통해 집구경을 몇 번이나 시켰을 현재 대한민국 가장 화려한 청담동에서, 나 혼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40대 여자이다.
어느 날 동료가 '나는 솔로' 프로그램에 나를 추천하려고 나 몰래 방송국에 제멋대로(?) 메일을 보냈다가 '당사자 본인이 직접 써서 제출하세요'란 작가의 회신을 받았다는, 나는 결혼 한 번 해본 적 없는 싱글이다. 돌싱인 초등학교 동창이 최근 소리 소문도 없이 또(?) 재혼을 했다는 전화를 받고서 '난 한 번도 안 해 본 결혼을 넌 두 번이나 가냐?'란 핀잔의 야유를 부릴 틈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진심으로 행복하다! 는 친구의 한마디에 느껴질 위화감조차도 이제는 무딘 감정이 되어버렸다.
책 쓰기 목표를 늘 가슴속에 품고 있었음에도 오랜 시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나는 글로' 빠져 본격적으로 몰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유레카처럼 든 것은 오늘 아침 어느 교수의 칼럼을 읽고서부터였다.
내용인즉슨, 바야흐로 현대사회는 단순히 전체가구 중 36.1%에 달하는 1인가구 804만 시대를 넘어 언제든 옮길 준비를 하는 유동적인 가구 형태의 '풀지 않은 가방'의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 이 얼마나 신박한 표현인가, 우리 집에도 그 풀지 않은 가방이 있는 듯도 하여 한 참을 멍하니 활자만 노려보았다.
이제는 결과가 아닌 삶의 특정 국면에서 잠시 나타나는 과정이 된 '상태'의 가구. 그래서 불안정성이 기본이 되는 액체사회로 바뀌고 있는 셈이란 인사이트에서 무릎을 탁!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풀퍼니시드 형태이다. 심플하고 깨끗하고 단정함을 극도로 애정하는 성향이라 가구라고는 거실 조명과 (TV도 당근에 팔아버려) 장식장이 된 TV장 그리고 이 글을 쓰고있는 대리석 서재 테이블 외엔 전부 처분시켜 빌트인에 맞춰 살고 있는, 사실상 오늘 아침 칼럼의 주인공인 마냥 유동적인 내 삶의 양식이 새삼 위로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팩트를 전달하는 칼럼에서 힐링받고 있다니, 하! 이놈의 나 새끼는 이렇게도 트렌디한 것인가. N잡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도 14년 전에 깨닫고 행동으로 옮긴 사람인데, 이렇게 선견지명의 전철을 밟고 결국 트렌드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고자 하는 것인가! (혹은 얻어걸린 것인가)
[트렌드코리아 2026] 책에서도 언질 한 1.5 가구는 독립적인 거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정서적, 경제적, 사회적 연결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가구 유형으로, 완전한 고립(1)이나 결합(2)도 아닌 느슨한 연대감(0.5)을 더하려는 욕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동호회나 모임 등 여러 교류도 있겠지만 외향적인 성향임에도 소모적인 잡음을 싫어하는 내게는 브런치가, 혼을 담아 모음과 자음을 결합한 글짓기가 그 0.5가 되어 느슨한 연대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솔로? 나는 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