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동갑이잖아? 띠동갑,
"근데 승호야, 열한 살 차이 나는 누난 나쁘지 않잖아?"
"네, 저는 최소 열한 살 차이부터 시작해요! 제 전 여자 친구가 내년에 환갑인데~ (웃음)"
알고리즘이 어떻게 된 건지
인스타 유머짤이 어느 날 내게로 도착했다.
함께 자리한 84년생 윤은혜를 겨냥한 차태현의 갑작스러운 장난에 대한
95년생 신승호의 위트 있는 중저음 답변에 그만 빵 터져 영상이 멈추지 않았다.
때마침 KBS에선 '누난 내게 여자야'라는 새로운 연프가 방영되고 있었다. 연상연하 특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연상 연하 아닌가. 가만 보니 평균 10살 차이 나는 출연자들을 합숙시켜 일상을 보여주는데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응원을 받은 무진(99년생)♥본희(87년생) 커플은 결국
토끼띠 띠동갑이었다!
(그리고 현커가 되었다는 소문)
이상형이 뭐예요?
간호사를 하다 어쩌다가 직업 전향을 결정하신 거예요? 질문만큼이나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리고 단박에 말할 수 있다.
섹시한 사람이요.
여기서 섹시함이란
단순히 섹슈얼한 매력을 풍기는 피지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섹시함을 재정의하게 된 계기가
수술실에서 일했을 때였는데, 마취통증의학과 간호사로 일했던 나는 함께 일하는 의료진분들 (레지던트, 교수, 선배 간호사건) 모두가
동일한 수술복을 입고 수술모에 마스크까지 껴야 하니 외모가 거의 다 가려져서 일하면서 (바빠죽겠는데)
외적으로 어필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한 교수님이 수술 중인 진료과를 향해서 두 팔 흔들어가며 적극적인 제스처로 설명을 하시는데
그때 번쩍이는 메탈시계 찬 왼팔이, 마취과를 대표해서 프로페셔널한 향기를 풍기는 전체적인 아우라가,
스물아홉 살 내 눈엔 너.무.나.도 섹시해 보였다.
그 한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아있고, 그때 이후로 동료들 사이에서 메탈시계 성애자라 불릴 정도로
차가운 느낌의 메탈시계를 찬 남자를 보면 패션 센스 부문에서 호감도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
그 손으로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탑을 찍는다면 내가 먼저 고백하겠다는 심정으로,
( 나 역시 메탈시계 차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다 )
결국 내게 섹시함이란, 프로페셔널리즘이다.
성인이 되고 첫 연애 경험을 4살 연하와 시작해서 그런지, 그 이후로도 주로 연하를 만나 사랑을 했었다.
나의 높은 텐션과 에너지를 위화감 없이 받쳐주는 느낌이었고
그들로부터 얻는 에너지 또한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었다.
연프를 보다가 무진의 직진 본능과 한결같은 행동이, 충분히 남자로 느껴질 만해 보였고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최근 방영되었던 나는 솔로 연상연하 특집도, 이젠 4-5살 차 그 이상도 남녀관계로 마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인 것인가.
(하긴 나와 10살 차 연하남도 벌써 서른이 넘었...어른이잖아!)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개발할 때 활용되며
보험소비자의 보험가격 비교 목적으로 공시되는 일종의 '보험료 산출 커닝페이퍼' 개념으로
경험생명표란 것이 있다.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 현상을 관찰해 5년마다 작성하는 성별 나이별 사망률 표인데,
최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제10회 경험생명표 개정' 결과 남자, 여자의 평균수명은
각각 86.3세, 90.7세라고 한다.
십 년 전에 직업 전향을 하며 입과 세미나를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남녀 평균수명 차이가 기본 8-9살 정도이니, 8살 연하를 만나 결혼을 해야 고독사 하지 않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 수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최근 경험생명표에서는 이전보다 남녀 평균수명 차이가 여러 원인으로 좁혀졌지만, 같은 논리로
적어도 4살 이상은 차이나는 연하남이랑 결혼을 하는 게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라이프라 생각한다.
(날 두고 먼저 가지 말라는 간절함 보태어)
지인들에게도 한결같이 언질 한 나의 이상형은
섹시한 연하임에 변함이 없다.
내 눈에만 보이는 귀여움까지 더한다면?
(업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