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한 쪽은 너무 덥고 메마르며 또 다른 한 쪽은 새하얀 눈에 휘덮여 그 열기와 한기를 한곳에 모아서 온화한 자신이 되려 애써도 난 웃을 수가 없었네"
무더위의 여름에 쉴 새 없는 땀보다 무서운 것은, 마음 한쪽 구석 상처로 점철돼 시린 통증. 인간은 항상 양가감정을 달고 산다. 이상한 세계에 던져진 내 자신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그런 모순에 시달리지 않으려 어떻게든 연결하고 풀어나가려 해도, 에너지가 많이 쓰여 버티지 못한 날은 풀썩 쓰러지곤 했다. 마음 한쪽 더운 열기로 다른 한쪽에 쌓인 눈을 녹여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남는 건 잿더미뿐이었다. 어둠이 가득한 세상 속에도 축복받는 이는 있었다. 나는 그가 부러워서 물었더니, 삶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있다 하였다. 세상의 기회를 얻기 위해선 걸어갈 채비를 하라 하고 그 나그네는 떠났다. 제 그림자를 업고 새벽빛을 받으며 걷는 나그네의 뒷모습은 무언가 든든해 보였다. 무덥고 시린 계절은 영원히 순환하고 내 아픔도 그렇다. 결코 알 수도 없고 끝이 없는 길에서도 나를 재촉해서 다시 일어나야만 한다. 두 다리로 태어난 인간이라면 걷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도 나의 쓰린 상처와 나의 역사를 간직한 삶의 흉터는 내게 꿈을 꾸지 말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허나 무엇으로 내 타는 속을 마취할까. 아무 기대 없이 나를 죽이고 사는 것은 바닥이 없다. 언제까지 날 갉아먹는 어둠에 안겨 잠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더 이상 비전 없는 불행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 보이지 않는 절벽이 날 묶어놓고 있다면, 남몰래 내 마음을 불태워서 절벽을 날고 싶다. 꿈은 먼저 손을 내밀진 않았지만, 분명히 매번 우릴 불러왔다. 나는 끝없는 길을 걷겠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는 기꺼이 감수하겠다. 그렇게 생긴 흉터는 내 이정표로 삼겠다. 잘못 학습된 무기력을 지우고 풀어진 신발 끈을 다시 매어야된다. 나의 문제는 나만이 해결할 수 있고, 나의 두려움은 나만이 극복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