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중학생일 때부터 집에 가는 길에는 거의 항상 노래를 듣곤 했다. 노래 듣는 습관이 생긴 이후로 음악은 항상 내 곁에 있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유명해진 인디밴드 ‘실리카겔’의 ‘kyo181’은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지는 노래 중 하나이다.
‘실리카겔’은 최근 <NO PAIN>이나 <Tik Tak Tok (feat. So!YoON!)> 등 다양한 곡에 대해 호평을 받으며 모던 록 음악 트랜드를 선도하고 있는 국내 인디 밴드이다. 그중에서도 흔히 말해 ‘깡통 소리’라고 불리는 특유의 신디사이저 사운드로 유명하다. 톡 쏘는 자극적인 소리에 여러 신비로운 음향 효과가 더해져 그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듯했다. 그래서 환각제와 같이 몽롱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사이키델릭 록’이라고도 한다. 마치 사람들이 유명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를 보고 나서 그 여운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의 노래는 내게는 신세계였다.
사실 내게는 이 곡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 어느 날 차를 타고 창문 밖의 낯선 거리를 구경하며 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 곡을 들었다. 익숙한 멜로디에 낯선 사운드와 가사가 더해지니 순간 기분이 오묘했다. 전자 사운드와 더불어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Phaser’ 효과는 우주적인 사운드를 연출하는데, 막상 기본적인 사운드 자체는 되게 투박해서 요새 쓰이는 세련된 음악에서의 소리와는 차이가 크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거나, 공간이 완전히 뒤집혔다 돌아오는, 시간선(時間線, time line)과 공기저항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저기 떠도는 듯한 자극적인 사운드는 왠지 모를 해방감을 준다. 또한 마지막에 나오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카세트테이프 효과는 각종 상상력을 자극했다. 모르는 거리를 구경하며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치 내가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Kyo야 술래는 누구니 Kyo야 어디에 숨었니 Kyo야 마을 밖에 있니 Kyo야 친구는 어딨니
Kyo야 여권은 챙겼니 Kyo야 아직 떨고있니 Kyo야 복수를 꿈꿨니 Kyo야 무슨 생각이니
Kyo야 사랑을 해봤니 Kyo야 이혼은 해봤니 Kyo야 꿈을 꾸어봤니 Kyo야 날 만져보았니
이 곡의 또 다른 특징은 가사가 매우 단순하면서 동시에 되게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이 곡의 가사는 전부 “kyo야 ~했니”라는 미지의 인물에게 하는 각기 각색의 질문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어린아이부터 청년을 지나 어른까지 질문의 깊이는 다양하다. 친근한 어린아이로 시작해서 한 인생의 존재 의미까지 생각하게 되는 날것의 문장들이 우리의 마음을 만진다. 어쩌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무례해 보이기도 하는 이 문장들을 통해, 음악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절망의 해방"
작곡 작사를 한 김한주는 이 곡을 통해 관객들과 같이 억압적인 감정을 터트리고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실리카겔은 모순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삶을 살아가며 느낀 공허함을 디스토션과 각종 효과로 뒤덮인 혼돈의 사운드를 통해 절규하듯 쏟아내고자 하였다. 절망의 폭포를 쏟아내며 대중들과 함께 해소하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한주는 '이 노래가 위로를 위한 노래는 아니다'라고 하였다. 실제로도 위로에 관한 문맥은 찾을 수 없지만, 해소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공감이 된다는 것을 이 곡을 들은 사람들은 이미 자연스레 느꼈을 테다.
허상의 존재 'Kyo'에 자신의 키 181cm를 더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미래의 존재를 만든 것이다. 상징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만든 투박한 문장에는 분명히 그의 순수함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존재를 가늠할 수 없는 'Kyo'라는 이름은 개개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의 역할을 한다. ‘kyo’에 대한 질문들이 이 세상과 내 인생에 대한 질문으로 여겨졌다. 단순하지만 철학을 담고 있다는 점이 앞서 말한 내용과 더불어서 내가 이 노래에 푹 빠지게 된 이유이다.
'kyo181'을 들을 때면 아직도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실리카겔은 "촌스럽다"와 "세련됐다"라는 표현을 같이 쓸 수 있는 아마도 유일무이한 밴드일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색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어서 마치 내가 이 노래에 향수를 가졌다는 착각이 든다. 평소에 즐겨 듣는 가수뿐만 아니라 새로 나온 신인이나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다 보면 본인만의 실리카겔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