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불사조>를 읽고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책을 읽는 것이 어렵습니다. 대신 주변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을 때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수십번씩 반복해서 듣곤 했습니다. 두꺼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시간 동안 앉은 자리에서 나 의 세계를 소진하는 것과 같아서 불안하고 익숙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설 같은 두꺼운 책보다는 짧은 문장들로 마음속에 담아서 다닐 수 있는 시를 좋아하곤 했습니다. 또 제가 힘들거나 답답할 때면 메모장에 짤막한 문장들을 기록해 왔는데 그 문장들 은 시와 닮은 모습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시도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시를 많이 읽는 것도 아닙니다. 우습게도 저의 책장에는 항상 읽고 싶은 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원망스럽 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제 골칫덩어리들입니다. 그래서 요번에는 꼭 독후감에 참여하기 위해 책장에 있는 시집 중 눈에 보이는 것을 하나 꺼내 가방에 챙겨 다녔습니다. 페이지를 넘긴 지 채 얼마 안 돼 제 눈길을 멈추게 한 시 한 편이 있습니다. 작가님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겠지만 저의 마음에 맞춰서 여러분께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시: 박연준, <불사조>를 읽고
사랑은 빠르고 위험합니다. 사랑이란 깨지면서 태어나 휘발되는 것. 부화를 증오하는 것. 날아가는 속도로 죽는 것. 사랑은 참 빠르고, 사랑은 참 위험합니다. 그들은 연약해서 형체도 없고, 기약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끝나갑니다. 태어나면서 죽습니다. 끓어오르는 동시에 증발하고, 피어나면서 사라지는, 증오를 받으며 개화하는 비극의 아이입니다.
‘당신에게 가도 될까요?'라는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는 날아올랐습니다. 저의 마음이 화살이 되어 숨 없이 그대에게 박혔습 니다. 저는 심장마비 상태가 되고 기절하다가… 네, 저는 죽었습니다. 저의 죽음은 곧 시작입니다.
환한 날들… 깨진 이마 사이로는 냇물이 흐르고 저에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새로이 태어난 저의 죽음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저는 그대라는 숲속에서 태어났습니다. 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저는, 끈적한 이마를 가진 갓난 다람쥐. 깨진 이마로 춤 추는 새의 알. 태어나는 동시에 죽음으로 곤두박질치는, 사랑을 피워내는 껍데기. 심지어 조약돌은 졸고 있네요? 평화로운 날이군 요. 아…. 이 숲이 영원했으면 합니다.
누군가 숲으로 갑니다. 너무 수상해요!
추락입니다.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잡다 날개가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부러졌군요. 역시 사랑은 빠르고 위험하니까요. 하필 숲으 로 떨어지는군요. 반 마리. 사랑의 반쪽, 제 두 팔에 올라옵니다. 그것은 이별인가요? 슬픔인가요? 꺾인 날개는 깨질 듯한 고통. 이 마가 깨질 때도 저는 이렇게 아프지 않았는데요? 찢어지고 부서집니다. 아… 이것이 진짜 죽음인가요? 수많은 반 마리가 내 마음속 에 차곡히 쌓입니다. 그냥 반 마리. 이 새는… 불사조군요. 냇물이 바닷물이 됩니다.
오늘의 날개를 저는 잊지 못합니다.
저는 또다시 죽으렵니다. 저의 죽음은 곧 시작, 저의 시작은 곧 죽음입니다. 다시 깨지고 다시 추락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소 멸할 것입니다. 증발했던 모든 바닷물이 비가 되지 않듯이, 저의 마음에도 재활용할 수 없는 짜디짠 소금이 있겠죠. 새로운 부화를 증오하면서, 몇 번이고 추락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기억할 것입니다. 모든 추락의 궤도를, 추락하는 모든 불사조의 반 마리의 모양을 말입니다.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며칠째 미동도 하지 않잖아." 조약들이 드디어 날아갑니다. "저기, 어떻게 됐니? 죽은 거야? 정말 죽은 거야?“
"아직이요–“
아직?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