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reseas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ODS Magazine Jul 26. 2021

성인(된 후 읽은)만화 시리즈 Vol.0

: 스타트를 끊은 "만신" 우라사와 나오키




  성인 되어서 본 만화가 진짜라던데, 그게 너 얘기였구나. 요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져 툭하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제 모습을 본 친구가 말했습니다. “소년 만화”라는 카테고리가 이름 그대로 유년기에 만화와 가까워져 만화가의 꿈을 걷는 이들도 많고, 만화가가 되지 않았더라도 그때 얻었던 뜨거운 교훈을 바탕으로 삶의 가치관을 형성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게 소년 만화의 순기능이니까요.



  다만 저를 잘 아는 가까운 친구였기에 그런 말을 해준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고 뇌에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상태에서 접했기에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죠(창의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었겠죠. 실제로 저를 잘 아는 친구인 만큼 맞는 말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이 알맹이 없는 껍데기 같다는 강박감이 심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썼던 일기를 보면 열에 아홉이 그런 내용입니다. 더불어 영화나 만화 등의 멋진 콘텐츠들을 마음이 아닌 머리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지난 시간입니다.



  전역 이후 복학 전까지 시간이 뜨면서 만화를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만화를 잘 알던 동기에게 제 중이병 취향에 맞을 것 같은 만화들을 몇 개 추천받았었고 사회에 나와서 하나둘 챙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또렷이 기억나진 않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을 먼저 봤습니다. <몬스터>를 보면서 취향에 맞는 만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20세기 소년>을 보면서는 그러한 깨달음에 확신을 얻었습니다. 역시 콘텐츠의 바다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원하는 것은 이미 대부분 나와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예찬과 간단한 소개는 앞으로 자주 등장할 도쿄 기반의 온라인 매거진 "sabukaru.online"의 링크를 남겨 놓겠습니다.





  특히 <20세기 소년>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법한 만화 같은 상상들이 현실이 된 세계. <20세기 소년>이 그리는 공상이 가능하기 위한 단 하나의 조건이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의 유치한 이야기를 어른들의 시점에서 다시 조합해나가는 만화였어요. 결국 어린 낭만을 잃지 않은 큰 사람들의 이야기였고요. 이후 이런저런 만화들을 읽었고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베가본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동일 작가의 클래식인 <슬램덩크>는 지금보다 어린 시절 읽다가 자연스레 잊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괜히 명작이 아니더라고요. 압도적이었던 만큼 이 이야기는 따로 해보려 합니다.



  이전의 일본 만화는 모르겠으나 최근 본 만화에서는 대부분 주인공의 적이 가진 입장도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이 제시되었습니다. <도쿄 구울>도 그랬고, <진격의 거인>도 그랬습니다. 주인공을 양쪽 가운데에 위치하게 만드는 것도 뻔하지만 캐릭터들의 입체감을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귀멸의 칼날>도 비슷한 장치를 사용하지만 다른 만화들에 비해선 비교적 선과 악을 직접적으로 구분한 듯합니다. 계속 대립하다 죽기 직전에 과거 회상을 통한 신분 세탁을 해주는 정도로요.



  이 공간을 통해 인상 깊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사견을 붙여 종종 공유하려 합니다. 추천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성인 되어서 본 만화가 진짜라던데, 한번 차곡차곡 담아보려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슈퍼팬>, <아메토라>, <로코노믹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