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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 Magazine Jul 30. 2021

<프리워커스> 외 2권

<이상한 놈들이 온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매주 수요일에는 마사지 삼인조가 읽었던 글 중 구미가 당긴 단락을 공유합니다.

역시 정수는 요약이 아닌 원본에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견이라는 이름의 양념을 칠 뿐입니다.






<기록>


1. 모베러웍스가 되새기려고 하는 것은 ‘가벼움’입니다. 가벼움의 기준은 ‘생각 없이 할 수 있을 것’. 이 기록으로 대단한 뭔가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낙서를 휘갈긴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사라져버리면 아까울 것들을 붙잡아 두는 정도로.



2. 기록의 시작은 엉성할수록 좋습니다. 기록이 쌓인 후 만들어진 것과 비교했을 때의 낙차로 결과물은 더 빛납니다. 부디 가벼움을 잃지 말고, 부담은 가능한 내려두길. 다만 지치지 않고 기록으로부터 기록으로 나아가 보기를 바란다며 이들은 점잖은 응원을 보냅니다.



<욕망과 목표>


3. 그럼 욕망을 무슨 수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이들이 사용했던 방법은 ‘질투’로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질투 역시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되지만 마음속 욕망을 파악하는 데 꽤 쓸모가 있다고 모베러웍스는 말합니다.



4. 이전에 언급된 ‘욕망 드러내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았습니다. 부정적으로 인지하는 감정을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이 신기하지는 않았지만, 질투 많던 과거의 내가 감정의 늪에 빠지는 것을 피하며 무시했던 것과 다르게 정면으로 맞서는 방법을 제안해서 재밌었습니다. 욕망의 측정법으로써 사용되는 질투라는 명명도 인상 깊었습니다.



5. ‘빈지노가 내가 만든 무언가를 구매한다’와 같이 한 번 필터링을 거친 좌표를 찍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감겼습니다. 힙합 음악 덕분 아닐까 싶었어요. 힙합의 문법에서 성공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데, 목표나 성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미 흔하다 못해 넘치죠. 비유를 통해 참신하게 묘사한 성공은 그래서 가치 있습니다. 상징적인 대명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태도>


6.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기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입니다. 책에 나오는 인용을 인용했습니다. 어떠한 것에 접근하는 태도에 있어 구구절절 옳은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 ‘YOLO 해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 이런 말들 이제는 지겨울 정도입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무책임한 말들이죠. 노력과 인내를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신기한 무책임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저게 잘못된 현혹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7. 인용의 인용 2탄입니다. “일부러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왜 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지를 알고 싶었을 뿐이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입니다. 혁명은 일부러 일으키는 순간 혁명을 위한 혁명이 아닌 도구로 전락한 혁명이 됩니다. 이 문장 또한 무언가를 대하는 입체적이면서 동시에 주체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8. 어떤 사람은 자신이 뱉은 말을 번복하는 게 모자람을 보여주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부족했던 과거를 숨깁니다. 그러나 모베러웍스는 아니라고 생각되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바꾸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민망함은 순간이고, 그것이 현재의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거죠. 이 부분에서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어쩜 머릿속에서 부유하던 개념을 이렇게 잘 끄집어 문장으로 잡아둘 수 있었나 싶어서요. 더 추가할 말 없이 완벽합니다.



<MoTV>


9. 모티비의 정수는 <현실 조언> 시리즈입니다. “현실 조언”이라는 이름이 공감되는 조언들은 처음이었어요. 모티비에서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이기도 하죠.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유튜브 채널 MoTV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입니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누구라도 담을 수 있지만 애플 코리아 디렉터와 배달의 민족 상무 같은 비현실적인 멘토를 모셔다 놓고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모베러웍스를 이루고 있는 기둥들의 업력을 드러내는 한편 이들이 준비된 사람들이라는 방증이지 않나 싶습니다.



10. <프리워커스>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디자인 방법론이나 일하는 방식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으나 그런 내용은 MoTV에 있으니까요. 브랜드의 태동부터 성장까지 다룬다는 것은 MoTV와 동일합니다만 비하인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프 더 레코드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꾹꾹 눌러 담은 브랜드 제작기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여러 부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브랜드 기획자라는 ‘전달자’로 살다가 프로듀서라는 ‘생산자’로 사는 것이 무엇보다 신났다는 소호님의 이야기는 참 여운이 진하네요.



모빌스 그룹, <프리워커스>, 랜덤하우스코리아(2021)








1. 지금은 정보, 선택, 자유, 상호 작용이 엄청나게 폭증하는 세상입니다. 많은 이들이 언급했듯이 튀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죠.



2. 그러므로 새로운 돌파구는 변종을 확장하는 일에 끈질기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3. 다시 말해 집중해야 할 일은 대중이 아닌 같은 관심사를 가진 무리를 찾아내 이들과 소통하면서 틈새 집단마다 가진 특이한 개성을 부추기는 것이죠.



4.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성이 늘어나면 변종에게는 문화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이 생깁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문화적 규범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죠. 모든 분야에서 변종이 늘어나고 있기에 보편적인 것에서 약간만 벗어나 보면, 그보다 좀 더 벗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5. 우리는 어떤 무리에 속하고 싶어 합니다. 다만, 그 무리가 최고이자 유일무이한 대중 집단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죠. 다시 말해 우리가 속한 작은 집단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다는 것입니다.



6. 인간은 본성적으로 변종이 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동시에 외로움도 느낍니다. 다수에 속하려는 욕구와 홀로 튀어보려는 욕구 사이의 갈등은 인간 본성의 중심부에 존재합니다.



7. 마케터들이 변종들을 상대로 공략한다면 변종들도 한걸음 나와 돈을 쓰고, 목소리를 높이고, 참여도 해야 합니다. 그들은 개성을 약간 누그러뜨려 행동해야 하며, 바깥세상과 기꺼이 소통하려는 무리로 거듭나야 합니다.



8. 당신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도전 과제는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부족을 위해, 부족에 의해, 그리고 부족과 함께 생산적이고 유용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부족을 찾아내고 모으는 일, 부족의 신뢰를 얻는 일, 부족이 원하고 필요를 느끼는 곳으로 데려가는 일 말입니다.



세스고딘, <이상한 놈들이 온다>, 21세기 북스(2011)






0.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유명한 러너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가 ‘달리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엮어낸 에세이집입니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고 하루키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 책을 발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아직 중간 정도까지 안 읽었지만 해보겠습니다. 뒷이야기가 좋으면 또 할게요.



1. 하루키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그는 20대 동안은 바를 운영했습니다. 바에서 쓴 소설이 문예지에 선정되며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시기도 이와 비슷하다 합니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살이 붙기 시작했고 체력과 몸을 유지할 거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2.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당연하게도 마라톤 참여와도 귀결되는데요. 하루키가 처음 42킬로의 풀 코스 마라톤을 뛴 것은 재미있게도 마라톤 대회가 아닌 잡지사와 함께 기획 기사를 위해 취재차 갔던 그리스 아테네에서였다고 합니다. 그는 아테네에 간 김에 오리지널 마라톤 코스를 뛰어보고 싶다는 의견을 냈고 잡지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성사됐습니다. 참, 하루키스러운 첫 경험인 것 같습니다.



3. 미국과 일본 등을 오가는 생활을 했던 하루키는 가는 곳마다 달리기를 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책이 달리기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은 아닙니다. 특별한 건 없지만 하루키스러운 문장들과 에피소드들이 이어지죠.



4. 42킬로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이상 이미 헤비 러너이기 때문에 초심자에게 도움이 될 책은 아닙니다. 7년째 러닝을 하는 저도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영역이 풀코스 마라톤입니다. 다만 러닝을 하고 있거나 하루키의 문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해 드리는 책입니다. 역시 제게 하루키는 수필과 단편이 더 좋은 작가네요.



5. 읽다가 특별한 것을 발견하면 다음 주에도 한 번 더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다른 책으로 돌아올 거에요. 혹시나 달리기를 취미로 고민 중이시라면 <아무튼, 달리기>라는 책을 권해드리며 저는 이만…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2009)


김상민, <아무튼, 달리기>, 위고(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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