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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Oct 13. 2016

장보러 갑니다

마이너스 40도에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함께 회사를 다니던 후배는 오늘 과장 진급을 했다는데. 


나는 알버타의 작은 마을 포노카에서 

하얀 눈이 수북히 쌓인 길을 밟아 장을 보러 간다. 


20불 주고 산 구제 무스탕 코트에 쏙 몸을 숨기고

귀 덮는 니트 모자를 쓰고, 벙거지 장갑을 끼고 

장보기 모험길을 떠난다. 


마트까지 난 길엔

작은 냇물도 흐르고 다리도 건너야 하니까 

이건 정말, 모험이다. 


매일 럼을 마시러 오는 잭 할아버지는 

로프를 신발에 꽁꽁 돌려 묶었는데 

그걸 보여주면서 할아버지는 

조심히 걸어야 된다고 나를 걱정해줬다.


할아부지, 나도 조심할 테니까 

할아부지도 조심해요. 

알았죠? 

응. 그럼.


할아부지, 그럼 집에서 슈퍼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려요? 

하고 물었더니

요즘은 길이 꽁꽁 얼었으니까 20분.


이 추위에 20분?! 했더니 

잭 할아버지는 자긴 여기서 평생 살았다고 

올해 이 정도 추위는 추위도 아니라며 너스레를 떤다. 


매번 춥다고 춥다고 호들갑을 떠는 나를 보고

한 평생 여기서 살아온 단골들은 껄껄 웃는다.


다들 왜 여기서 살아요? 

너무 춥잖아! 하고 물어보면

여기서 태어 났으니 여기서 살지. 

그럼 어디서 사냐!

되려 받아치는 사람들. 


이 날씨에도 스무살 청춘들은 

스타킹을 신고

데이트를 한다. 


여기 사람들에겐 일상이다. 

내겐 다시 없을 마이너스 40도의 추운 겨울도.



마트에 놓인 

갖가지 종류의 쌀 앞에서 

무엇을 사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나는 하루를 보냈다.


냉장고를 배불리 채워 주고

김이 퐁퐁 솟아오르는 뜨거운 샤워를 마치고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 생각해.



오늘도 좋은 하루 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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