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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Oct 12. 2016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우리

카오스를 품고서




아직도 기억나는 영어 문장이 있어. 대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보내는 단기 봉사활동 면접을 보려고 외웠던 건데 어째 요즘 생각이 나. 영어 면접이 있다는데 그 때가지 영어 실력을 급성장시키기는 무리가 있겠더라고. 가고 싶기는 정말 가고 싶은데. 어디다 물어 볼 데도 없었고 물어볼 생각도 못했어. 그냥 종이에 내가 영어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문장을 썼어. 그리고 달달 외웠지.



I'm a happy person.
Because I know what I want to do
and I'm trying it now.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왜냐면 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지금 그것을 시도하고 있으니까요.



일년 전 그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절실했어.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지. 생각해봐. 23살의 대학생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이야기 한다면. 누구라도 뽑고 싶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외국을 나갔어. 열 댓명의 팀원과 매일 부대끼며 함께 보내는 2주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다른 것, 다른 문화에 매료되기엔 충분했지. 어느 정도 였냐면, 다른 팀원들은 현지 음식을 못 먹어서 고생하는데 나는 현지 애들이랑 친해져서 몰래 길거리 음식을 사다가 낄낄거리며 먹을 정도 였어.


늘 생각했어. 세상을 사는 방식이 하나일리는 없다고. 때가 되면 해야 할 일이 정해져있는 한국에서 나이를 먹을 수록 나는 답답함을 느꼈어. 그리고 생각했지.


우리가 태어나는 이유는 뭘까?



뭘까? 우리는 왜 태어나는 걸까? DNA에 아로새겨진 대로 자식을 번식하기 위해서? 그게 다라면 슬프잖아.


각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오빠는 그랬어. "수진아, 나는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다고 생각해." 아름다운 말이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게 우리 오빠라 참 다행이다는 싶었어.


'왜 태어 났을까'라고 질문하기 시작한 건, 남들 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야. 왜 나는 남들과 다를까. 남들 처럼 사는게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든 걸까. 정해진대로 살아야 한다면, 내가 나인 이유는 뭐지?






여행을 끝내고 돌아 온 지금의 대답은 이거야.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려고 태어났어.
나를 완성하기 위해 살아 있어.



그러니까 나의 삶을 살면 돼. 남의 삶을 탐내지 않고, 따라가지 않고, 내 마음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쫑긋 귀를 귀울이고서 '응, 그랬구나' 맞장구쳐 주면서 내 삶을 완성해 가자.



프리디리히 니체가 그랬어.


춤추는 하나의 별을 잉태하기 위해서는
내면에 카오스를 품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 해도, 이상한 사람인가 스스로 묻게 되더라도, 내 마음 속에서 원하는 일이라면 나는 해보라고 힘껏 응원해 주고 싶어. 카오스를 품고 살자, 우리.



여행 공책에 적어둔 글


태양을 좋아하는 나는 나에게 말해.



스스로 빛을 내뿜는 하나의 태양이 되자.
그래서 행복하자.







*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이라는 존재에 끌려요. 수년 전에 받은 태국 이름은 '따완' 입니다. 태국어로 태양이란 뜻이에요. '그래서 햇살 아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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