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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Oct 16. 2016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아가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에는 큰 관심이 없어.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

내가 꼭 보고 싶은 건, 거기에 닻을 내리고 평생 살아온 사람들의 하루 일과야.


멀고 멀리 떨어져 있던 우리가 얼마나 당연하게도 다른지

아니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사는 모습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맞대어 보는 시간이 좋아. 



멕시코 코즈멜이란 바다가 예쁜 작은 섬에서는

어릴 적 우리 오빠를 만났어. 

슈퍼에서 과자를 사들고 쫄래쫄래 골목길을 걸어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지


모든 나라에서 오는 카우치서퍼들을 환영한다는 문구에

<입장료는 싼 와인>이라는 특이한 설명을 덧붙인 친구의 집이었어. 


불꺼진 골목길을 걷는데 조금 무서운 거야. 

멕시코 시티에서 총들고 서 있던 군인들 때문에 겁을 먹은 터였어.


되려 씩씩한 척 성큼성큼 걸어서 가는데 

불이 켜진 가로등 밑이 어째 북적북적 하더라구. 

거기서 동네 축구를 하고 있는 꼬마들을 만났어. 


축구를 잘하는 애

소리치며 지시하는 애

어리버리 쫓아가기만 하는 애

공 주으러만 다니는 애


그 조합이 

나 어릴 때 맨날 질리도록 봤던 

울 오빠의 동네 축구랑 똑같아서 푸힛하고 웃음이 나더라.


매일매일 울오빠 따라 

동네 축구 따라가는게 일과였거든.

또릿또릿하게 공을 패스하는 건 어린 울 오빠.

공 줍기 담당은 나였지.


어라?

어찌 알고 나한테 공이 데구르르 굴러오네.

한국에서나 멕시코에서나 공줍이는 공줍이인 거야.



나의 개인적이고 오래된 기억이

따꼬를 먹고사는 멕시코 사람들 피에도 흐르고 있었어.

올라!

안녕!

이렇게 걸어서 걸어서 지구를 만나고 있어.


지구 어딘가에선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한참 이후에

똑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걸지도 몰라. 


도돌이표로 세상은 돌아가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렇게 우리는 다 연결 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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