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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Oct 17. 2016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마저쉬고

느린 사람의 여행법




나는 느려. 


그래서 그 순간에 느껴야 할 감정을 

때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느끼곤 해. 


이를 테면 대학 졸업식 에서 느꼈을 법한 감정을, 퇴근 하고서 오랜만에 대학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헤어져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밤에, 늦은 골목길에서 느끼는 거야. '아, 어쩌면 다들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하고




낯선 곳에 놓여진 나또한 마찬가지라서, 

도시마다 다른

공기 냄새 

아침 7시의 밝기와 온도

사람들의 옷차림

가로수의 종류

보도블럭의 모양

동네 슈퍼

학교가는 아이들이 그려진 

낯설고 이국적인 그림을 

천천히 시간 들여 쳐다보는게 좋아. 

멋진 작품을 들어다 보는 것처럼. 




마스터피스는 들여다 볼 수 록 다른 작품이 되잖아. 

아, 여기에 이런게 있었네

뒤에 꼬마가 숨겨져 있었어. 하고 작가가 숨겨놓은 작은 걸 발견 하게 돼. 

그리고 나면 그때 부터 그 작품은 내게 특별해지잖아?

그거랑 같아. 나의 여행도



동네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고 

매일 같은 시간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골목을 추리닝 차림으로 어슬렁 어슬렁 걷고

때론 길을 잃는 시간,

그렇게 

동네 전체를 머릿 속에서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나에겐 여행이야.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나를 그 풍경에 녹여내는 거지.

원래 그 그림에 존재하던 인물인 것 마냥.


빠르게 훑고 오는 여행이 지겨워 질 때쯤엔

나처럼 느린 여행을 한번 떠나봐.


지도를 이리 저리 돌리다가 나를 보고서 

"익스큐즈 미!!!"

길을 물어오는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도 쏠쏠히 재미지니까.







그런데 내 여행방법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나 스스로 그 동네 주민같이 느껴서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향수병을 앓는다는 것.



내가 그래.

세계 곳곳에 내 집, 내 동네를 만들고 왔더니

어디에 있건 모든 곳이, 모든 사람이 너무 그리워. 

지구는 왜 이렇게 큰 거야! 

하와이도 캐나다도 미국도, 옆집 정도만 되면 좋겠다.


지구촌 시민이 되어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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