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대로 아름다우니까
오랜만에 신촌에 갔지. 주인 손이 구석구석 닿은 작은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나왔어. 친구가 가고 싶은 곳이 있대서 연남에서 신촌까지 팔짱을 끼고 걸었지. 신촌역 3번 출구 앞에는 히피스러운 외국인이랑 꼬마 비니를 쓴 한국인, 멀리에서 왔다는 골동품 같이 생긴 색소폰을 부는 연주자가 팀으로 음악을 맞추고 있었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어. '정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구나. 음악하는 게 즐겁구나.' 몸 안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즐거움이 얼굴에서, 연주에서, 발 움직임에서 뻗어나와서 가까이 서있는 나까지 들썩이게 만들었거든. 커플들은 맞잡은 손을 더 꼭 쥐고 '이 순간을 너와 함께 해서 행복해' 하는 미소를 띄고 있었어.
유명한 곡을 연달아 부르기에 '이 사람들의 노래도 들어보고 싶다' 생각할 때 쯤. 마지막으로 자작곡을 하겠다고 했어. 제목은 <Heaven>
처음엔 영어로 노래하다가 '매번 다른 번역이 되지만' 이라 덧붙이고는 한국어로 노래하기 시작했어. 그 순간, 노래가 또렷하게 마음으로 들리는 거야.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 시간을 팔지 말아요.
도망가지 마요. 너는 그대로 아름다우니까.
'엇. 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지?' 하고 생각했어. 눈물이 핑- 돌았지. 요즘 나는 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부딪혀 그게 너무 큰 꿈인걸까 싶었거든. 그런데 내 앞에 맨발로 노래하며 기타를 치는 외국인이 나타나서 나를 격려하는 거야.
그 순간에, 하느님은 어쩌면 여러가지의 모습으로 천사를 땅에 내려 보내는 걸지도 몰라. 는 생각이 들었어. 존 레논 아저씨도, 헤르만 헤세 아저씨도, 모두 다른 방식으로 내가 나의 길을 걷게 도와주는 구나. 그 사람들이 모두 천사구나 싶었어.
오래오래 남겨지는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해. '너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나는 나의 길을 걸을테야. 나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이 세상의 행복을 찾아서 스스로 가질테야. 그리고 그렇게 살아내면 나는 또 다른 이에게 천사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고개를 들어 보니, 하트가 빨갛게 떴더라. 그리고 모인 사람들 모두 다같이 "This is Heaven"을 열창했지.
* 안코드 라는 분이 싱어였습니다.
* god 촛불하나를 부르는 동영상으로 유명하다고 해요.
오늘 이렇게 제 마음에 촛불 하나를 밝혔네요 :)
https://www.youtube.com/embed/ukfMccfIfIA
* 사진 출처는 안코드 님 페이스북입니다
https://www.facebook.com/aanc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