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길을 잃다

by 꿈그린

알바를 했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공구글을 쓰는 걸 돕는 알바였다. 이래 봬도 마케팅에서 12년이라는 경력이 있는데 잘할 수 있지! 처음엔 자신만만하고 조금은 나대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시급을 낮춰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할 만큼 스스로에 대해 부족하게 생각되고 회사에서 눈치를 보며 일했다. 점점 사장도 내 이야기에 콧방귀를 뀌는 것 같고, 이것밖에 못하냐는 질책이 자주 느껴졌다. 사장과 실장이 하는 대화에도 끼지 못하고 입 다물고 있게 됐다. 무능한 나를 받아들이는 건 괴로운 일이다. 딱 나에게 맞는 알바자리라 생각했는데 나의 자존감이 무너졌다. 집안일도 바깥(?) 일도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사람이 되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딸아이 친구와 친구엄마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저녁으로 토마토새우스파게티를 해줄까 하고 계획을 세우던 중 아들이 왔다. 배고프다는 아이에게 오늘의 손님접대 메뉴를 미리 테스트해봤다. 평소 편식이 없고 주는 대로 잘 먹는 아들이 음식을 남겼다. 면은 덜 익었고 맛이 아빠가 해주는 것과 다르다고 했다. 평소 아빠가 만든 음식은 맛있다고 했던 아들. 이건 아니구나! 나는 배달을 시키기로 했다.


닭강정과 김밥을 주문했다. 내가 먹고 싶었던 메뉴였다. 닭강정은 매우니 아이들은 치킨너겟을 튀겨줬다. 하지만! 아이들은 김밥도 치킨너겟도 잘 먹지 않았다. 배고프다는 아이들. 스파게티를 만들까? 주먹밥이라도 할까? 고민했지만 자신감이 없었다. 했다가 맛없다고 하면 어쩌지. 그렇게 아이들은 쫄쫄 굶다가 집에 돌아갔다. 집에 가서 밥에 김이라도 싸서 먹었으려나... 미안한 마음에 밤새 끙끙 앓았다.


다음날 소고기 구이를 할까 했는데 냉동실에서 꺼내놓은 소고기가 덜 녹았다. 급하게 새우부추전으로 메뉴를 변경했다. 꿀맛이라는 딸의 평가. 별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맛있단다(물론 다시 만들면 똑같은 맛은 아니겠지). 아! 어제 이걸 만들어 애들에게 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의 자신감 부족이 부족한 손님접대를 초래했다.


이렇게 매사 자신감이 없는데 새로운 일은 잘할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무슨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길을 가다 인력사무실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파출부나 가정부이지 않을까 서글펐다. 그 또한 일처리를 잘하지 못해 구박받다가 얼마 못 가 잘리겠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좀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글로 돈을 벌 수 있는 만큼인지는 잘 모르겠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명성을 알릴 만큼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돈도 많이 벌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돈을 못 벌어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아도 글을 쓰며 사는 것이 의미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길을 찾아야겠다. 부족하고 초라하더라도 가야지 아무 의미가 없고, 성공하지 못하면 어떠냐 나에게 의미 있고 성장할 수 있다면 괜찮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 40대 중반에 길을 잃었지만 헤매면 그뿐. 돈을 벌지 못하면 아껴 쓰면 되고, 다른 또 수입원을 찾으면 된다. 괜찮다. 다 괜찮다. 낙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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