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은 수학학원에서 재수강을 하고 있다. 보통 스테이(stay)라고 하는데 학원에서 한 학기 과정을 다 배웠지만 습득이 완벽하지 못해서 한번 더 배우는 걸 말한다. 어찌하랴 아이가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데 진도를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한 학기 과정을 일 년 넘게 해도 알까 말까인데 우리 애는 선행으로 미리 여러 번 반복해서 배워야 하나보다.
재수강은 돈이 많이 든다. 한번 배운 과정을 다시 반복할 때 드는 비용은 150만 원에서 350만 원이 더 든다. 한 달에 50만 원 정도의 학원비를 3개월에서 7개월 동안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아르바이트비로는 어림도 없다. 끝없이 들어가는 돈을 보면 깨진 독에 물 붙기 같다.
그 돈으로 내 피부관리를 해도 일 년은 받았겠지. 옷은 40벌은 샀겠다. 돈을 들여 그만한 실력상승을 했다면 돈이 아깝지 않을 텐데 테스트를 해보면 과연 이 과정을 몇 개월이나 들은 아이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학원을 보내는 것이 맞는가? 들어간 비용대비 결과물이 초라하다. 비효율적인 이 구조를 계속이어가야 하는지 고민이다.
그러나 아이가 100%의 에너지를 써서 배운 걸 흡수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30~40% 정도 흡수하고 있다면 그게 쌓여서 언젠가는 탄탄한 수학실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또 아이가 학원에 가 있는 시간은 나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얼마큼 열심히 하고 있는지 눈앞에서 볼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할 거라고 일단 믿고 나는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아들이 학원가 있는 시간은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하다.
애가 하나인 엄마들은 그 시간에 운동도 가고 배움 활동도 하며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나는 둘째가 있어서 그럴 수는 없지만 공부할 아이를 생각하며 흐뭇해하다가 학원 갔다 늦게 돌아오는 아이가 기특하여 반갑게 맞이한다. 긴 시간 얼마나 애썼을까.
만약 아이가 그 시간에 집에 있을 때 뭔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지 않고 핸드폰이나 게임을 하고 있으면 화가 난다. 운동이나 취미활동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나는 그런 아들을 보며 뒤쳐질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쉬어도, 놀아도 되는데 자꾸 눈에 거슬린다.
부끄럽지만 학원 가서 눈에 보이지 않아야 안심이 된다. 집에서는 하지 않는 공부를 학원에서는 열심히는 아니어도 반쯤은 머리에 담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때가 되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달려야 할 때, 어쩔 줄 몰라 당황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지금은 보험처럼 투자하는 시간이라고 나를 다독인다.
아이는 어릴 때 똑똑했다. 말을 빨리 배우고 발음도 정확했던 아이는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친구들 이름을 줄줄 읽고, 덧셈 뺄셈을 가르치지 않아도 수월히 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했다. 좋아하는 자동차 백과를 사준 날, 아이는 너무 좋아 책을 안고 잤고,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책을 보고 또 봤다. 부끄럽지만 안 가르쳐도 잘할 아이라고 자만했었다. 그런 영재인 줄 알았던 아이가 스테이를 두 번이나 하다니.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지만 노력을 안 해요가 주요 레퍼토리라더니 그게 나였다.
언젠가는 공부할 아이라고, 눈부시게 날개를 훨훨 펴고 세상을 날아다니는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그런 기대를 아직 나는 한다. 공부가 아니라도 뛰어난 재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훌륭한 아들이라고. 현재 상황을 보면 너무나 생뚱맞지만 아들에 대한 큰 기대를 가슴에 꼭 품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다.
지금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너는 언젠가는 하게 될 거야. 누구보다 잘할 거야. 오늘의 좌절은 훗날 그런 날도 있었지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두 번의 스테이든 세 번이든 계속 가자. 아들아. 넌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단다. 언제까지나 널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