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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주 Jul 29. 2020

'꽃도령' 내 동생 둘이

'고양이는 나를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합니다' (9)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해(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1997)'의 아름다운 대사다. 누군가, 고양이가 내게 어떤 존재냐고 묻는다면, 똑같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양이는 나를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합니다. 더 다정하고 더 부지런하고 더 용기있는 그런.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건 많은 부분 고양이 덕분"이라고.   

 

2009년 생애 첫 고양이 가족 '양양'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지난 11년간 한가족이 된 고양이가 여럿, 반면 당시는 앞날을 몰라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했지만 결국 진짜 가족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한 고양이도 여럿, 그리고 한참을 지나 생각해도 여전히 아찔한 생사의 순간을 함께 한 고양이도 여럿이다.    


그렇게 나의 과거와 현재에, 또 미래 언제 어디서 기적처럼 동화처럼 만나 함께 할 내 생에 모든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법한 새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젊은 남자. 순수하면서도 상냥하고 하지만 다소 연약하고 왠지 슬퍼도 보이는. 내 여덟 고양이 동생 중 하나인 '둘이'가 그랬다. 제 엄마를 가장 빼닮아 두 개의 연노랑 얼룩 외에(그래서 이름이 '둘이') 거의 온몸이 하얘서는.  


나무와 미호, 그리고 둘이까지 총 오형제 중 셋이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 다섯 중 하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오자마자 돌아갔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잘 살고 있다. 녀석들이 꼬물꼬물 제 엄마품에서 젖먹던 시절부터 하루하루 쌓인 기억들을 떠올리면 얼굴 가득 미소가, 가슴 가득 행복감이 번진다. 


꽃처럼 예뻤던 내 동생 둘이


제 엄마를 포함해 지금보다 훨씬 젊어 활기찼던 1세대 고양이 셋과 나날이 개성, 호기심 넘치는 차세대 녀석들이 집 안팎에서 한데 뒹굴고 밥먹고 잠자는 모습을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녀석들의 존재만큼 온 집안에 온기가 웃을 일이 가득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둘이가 죽었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2017년 혹은 2018년경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른 죽음이었다. 당시 나는 무슨 이유로 집이 아닌 다른 곳을 떠돌고 있었고 둘이의 소식을 들은 건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였다. 어머니는 내 표정을 살피며 둘이 이야기를 짧게 전해주었다.


"여느 때처럼 아침에 밥 잘 먹고 (엄마가) 컴퓨터 하는 옆에서 뒹굴뒹굴 장난도 치고 놀았는데  다시 보니 그 자리에 누워 죽어 있더라."


나무, 둘이, 미호


이해할 수 없었다. 둘이의 죽음도, 그리고 어머니가 내게 그 사실을 늦게 알린 것도. 슬픈 소식인들 바로 알려주었더라면 그 즉시 돌아와 녀석의 주검이라도 한번 가슴에 품어보고 함께 사는 내내 얼마나 즐거웠고 그래서 고마웠는지, 꼭 좋은 곳에 가라고 더 예쁘고 건강하게 어디선가 이어 살라고 축원도 해주었을 텐데…….


녀석이 묻혀 있다는 집마당 작은 뜰 앞에 서서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언젠가 숲길을 걷는데 큰 나무 아래 저 혼자 피어 있는 참으로 깜찍한 작고 하얀 꽃 한 송이를 본 적이 있는데, 큰 비 내린 후에 가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둘이를 생각하면 그 하얀 꽃이 덩달아 떠오른다.  


이후에 나는 어머니께 진지하게 부탁을 드렸다. 우리와 함께 사는 고양이들은 어머니에게도 내게도 가족이며 또한 내게는 소중한 동생들이라고. 그러니 좋든 싫든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와 공유해달라고. 


그러나 어머니께선 "네가 또 울고불고할까 그랬지."라며 내 심정과는 다른 말씀을 하셨는데, 이따금씩 나를 여전히 어린 아이로 여기는 어머니의 자라지 않는 사랑의 눈높이가 안타깝고 답답한 이유다. 


보고 싶은 내 동생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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