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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 Jul 16. 2017

[기록] 학생부를 작성하시는 선생님들께 부탁드립니다.

공정한 학종보다도, 아이들의 공정한 미래를 위해서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대학입시의 진실> 6부작을 방영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였습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록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교사가 학생부를 진실하게 기록하지 않으면서 학종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부분이 있다면 이것도 좀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록으로 인한 불공정함을 줄이고 진실성을 높이기 위해 선생님들이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점을 몇 가지 조심스럽게 제안드려 봅니다.



학생들에게 세특 '문구'를 받지 말아 주세요.


학생들은 활동만 하고, 스스로 만든 수업자료나 수행평가 결과물 또는 보고서 등을 제시하기만 하면 됩니다. 활동에 더하여 세특 문구까지 요구하면 학생들의 피로감이 과도해질 뿐 아니라, 활동의 목적 또한 활동 그 자체보다도 '기록'에 있게 됩니다. 주객전도가 되는 것이지요.
물론 결과물 목록과 동기, 변화 요인 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의 간단한 보고서나 체크리스트, 설문 등의 형태로 제출하도록 요구해야지, 세특 문구 자체를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교사가 파악한, 실제 학생 활동을 사실대로만 적으면 됩니다. 부담스럽다면 교사의 주관이나 평가는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에만 기반한 내용이 빈약하다면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기록된 것을 보고 반성하여 다음 학기에 더 괜찮은 활동을 하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이지, 기록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려 하면 안 됩니다. 성찰하고 보완할 기회를 학생들에게서 박탈하지 말아 주세요.


똑같은 세특 문구를 서로 다른 학생에게 기록하지 말아 주세요.


대학에서는 같은 고교 출신자들의 문구를 반드시 비교합니다. 똑같은 문구가 있다는 것은 비록 그 기록의 내용이 해당 학생에게 사실이고 매우 유의미한 것이라 할지라도, 두 학생 모두에게 무의미한 기록으로 평가될 소지가 매우 큽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정작 진짜로 열심히 한 학생에게는 엄청난 손해입니다.
수업 방식 등에 대한 기록은 모든 학생들이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생의 관심사와 '개인적으로' 실천한 심화학습, 수업 후 변화된 점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점이 없다면 그 학생은 '특기사항'이 없는 것입니다. 없으면 못 쓰겠지요.


봉사활동 특기사항 문구를 학생에게 요구하지 말아 주세요.


봉사활동 후 수시로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그것을 요구하세요. 그것을 읽어보면 봉사의 동기와, 성장의 과정, 결과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읽기 어렵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요약된 자료만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수시로 쓰인 것만 훨씬 못합니다. 직접 글을 쓰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다면, 기록할 때 그 학생의 기록을 발췌하여 인용하는, 나름 수월한 기록 방법도 있습니다.


독서활동을 목록만 받지 말아 주세요.


이번 학년도부터 독서활동에 도서명과 저자만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독서 이력을 받을 때에도 이것만 요구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학생부의 신뢰도를 교사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학생이 실제로 읽었는지 확인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읽었다'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내면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짧게 400자 정도만이라도 독후감이나 간단한 독후활동 결과물 등을 받든지, 면담 등을 통해서 책에 대한 학생의 생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진로에 맞춰 모든 활동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 


학생의 변화한 진로에 맞춰 지난 1년 간의 활동 내용을 허위로 기록한다면, 이는 결코 학생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가령 '꿈 발표대회'와 같은 행사에서 의사가 꿈이라고 했는데, 학년 말에 CEO로 바뀐 학생의 기록을 "'꿈 발표대회'에서 CEO로 발표하였음."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 기록으로서 그 내용을 학생 본인이 볼 때에도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면접 등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학생이 우물쭈물하거나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사실대로 적어 주세요. 한때 의사가 꿈이었던 CEO, 얼마나 멋집니까! '통섭'으로 유명한 최재천 교수도 시인이 꿈이었던 생물학자입니다. 스티브 잡스도 대학에서의 전공은 철학이었습니다. 사실대로의 기록만이 학생 개인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고, 오히려 폭넓은 관심사의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꿈꾸던 것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현재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입니다. 꿈이 바뀌었으면 무슨 계기로 바뀌었다고 밝혀주면 하나도 불리할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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