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교> '창의성의 발견'이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

-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5부 '창의성의 발견' 시청 후기

by 글쓰는 민수샘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의 5부 '창의성의 발견' 후반부에는 흥미로운 두 학급의 수업 장면이 등장합니다. 한 분의 역사 교사가 두 학급에서 서로 다른 학습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실험(?)인데요. 짧은 분량이지만 고등학교 역사샘의 수업을 참관할 기회를 얻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반복해서 영상을 봤어요.

다큐프라임팀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1학년 2반은 '활동중심수업'으로서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목표이고, 1학년 1반은 '지식적용수업'으로서 '교과 지식을 현재 문제에 적용하고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두 목표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활동 방식은 좀 달랐습니다.

먼저 '활동중심수업'의 학급은 교과서의 텍스트를 읽거나 선생님의 설명으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모둠별로 '역사신문 만들기, 랩가사로 표현하기, 역사 인물들이 하는 가상의 SNS 대화문 쓰기' 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감탄한 것은 활동을 할 때 모둠 내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거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역사적 사건으로 역사신문을 만들 때도 4명이 각자 기자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담아 개성적으로 기사문을 작성한 후 전지에 붙였습니다. 랩가사 쓰기도 수업시간에 준비가 이루어졌고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발표 장면도 편안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역사샘이 인터뷰 때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과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표정의 마력 때문에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으로 회귀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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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적용수업'을 실시한 학급에서는 역시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현재 사회의 문제점에 적용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현대 사회의 갈등 문제에 적용해보기, 현대적 관점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기,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개혁안 만들기' 등입니다.

다른 학급에서는 '활동중심수업'을 진행했던 역사샘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학습목표를 설명하고 모둠별로 필요한 경우에만 도움을 주면서 발표할 때는 최대한 다양한 의견이 교류되도록 노력하셨습니다. 아이들의 모습도 비슷했어요. 웃는 장면은 조금 줄었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랩가사를 쓰는 대신에 모둠 안에서 진지하게 토의하는 모습이 멋졌고, 친구의 발표를 들으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해서 자신의 배움으로 만드는 성숙함도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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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프라임은 두 달 동안의 실험 후에, 두 학급의 창의성 평가를 진행하고 결과를 비교합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역량은 두 반이 비슷했지만, 창의적 수행력과 확산적 사고력에서는 지식적용 수업을 한 학급의 점수가 높았다고 하네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두 달 동안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역사 수업을 한 후에, 수업과 관련 없는 '신발의 비일상적인 사용법'을 적어내는 평가 등으로 창의력을 비교한다는 결론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어요.

교육심리학과 교수님은 "지식적용수업이 활동중심수업보다 창의적 수행의 질과 정교성이 유의미하게 나왔다"라고 했는데, 두 학급 학생들의 고유한 특성도 있을 것이고, 같은 교사가 진행한 수업에서 지식을 배운 후, 두 달 동안 활동과 표현 방식만 다르게 한 것을 가지고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그 자신감이 부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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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0년 전에 사토 마나부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배움의공동체 철학에 공감해서 평등하며 수준 높은 수업을 디자인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홉-스텝-점프'로 이어지는 수업디자인의 원리로 '주제-탐구-표현' 방식의 모둠활동을 많이 해왔지요. 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 때문에 힘이 빠지기도 하고, 때론 적당히 타협하는 수업도 했지만,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수업시간에 눈부시게 피어나는 아이들의 표정과 표현 때문입니다.

제가 영상에서 만난 역사샘의 수업 속에도 아이들은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역사샘이 했던 활동중심수업의 방식은 제가 사실적 이해를 위해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는 스텝 단계에서 많이 했던 것이고 지식적용수업의 활동들은 추론적, 비판적 이해를 위해 한 단계 도약하는 점프 단계에서 했던 것입니다. 수업 한 시간 속에 다큐프라임이 말하는 활동중심수업과 지식적용수업을 연속적으로 배치하기도 했고, 큰 주제를 탐구하는 프로젝트 수업은 1차시에는 영상이나 강의로 주제와 만나고, 2~3차시는 활동중심수업, 4~5차시는 지식적용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활동을 하며 지식을 적용하기도 하고 지식 적용 자체가 이미 수준 높은 활동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교수님들, EBS PD와 작가님들이 깊은 뜻은 모르겠지만, 굳이 활동중심수업과 지식적용수업을 대립시키고 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결론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진정한 배움을 고민하고 성찰하는 교사의 철학이 굳건하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동료교사와 협력하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수업디자인을 실천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모둠활동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즐겁게 이해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신이 이해한 지식을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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