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도 즐겁고 정의로운 곳이 되면 안 되나요?

-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by 글쓰는 민수샘

90년대생 아이들에게 받은 데미지가 회복되기 전에, 나를 밟고 간 것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학교에는 2000년대의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2020년의 고등학교에는 2002년부터 2004년생이 진군해있지요. 올해도 저는 21세기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런 걱정과 기대 속에서 <90년생이 온다>를 읽으니, 2000년대 아이들도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90년대생의 특징을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규정했어요.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재미'는 '자아실현의 즐거움'이었고, 그들이 작은 차별에도 예민했던 것은 '정직한 노력'이 통하는 학교와 사회를 갈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미를 통한 자아실현이 기본이 된 90년대생들에게 매슬로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에 대한 욕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욕구라는 이름을 붙일 것도 없는 단계로 넘어왔다. 90년대생들에게 자아실현의 즐거움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 단계로 들어왔다." - 108쪽


"90년대생들이 공무원을 원하는 이유는 많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채용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90년대생들이 정직함을 요구하는 대상은 특정한 개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정직함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한다. - 111, 112쪽


지금은 20대가 된 90년대 아이들은 경제 위기와 취업난 때문에 윗세대보다 보수적이고 현실적이며 개인주의적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체벌이 없는 학교에서 주눅들지 않고 10대를 보냈고,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며 제대로 된 독서와 토론을 해본 세대입니다. 또 어른들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대학서열을 비웃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 모험가들이기도 합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90년대생 교사가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40, 50대 교사들은 밤에 남아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습관이 있지만 20, 30대 교사들은 근무 시간에 바짝 일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워라밸'을 실천하고 있지요. 또 학교의 보여주기식 사업과 의미 없는 행사에 염증을 느끼면서 선배교사에게 할 말은 하는 좋은 의미의 '불편러'도 많습니다.

그런 90년대생 교사들이, 21세기의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우리나라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젋은 교사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아이디어를 흡수하면서 기를 살려줄 수 있는 학교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제도적인 학교 민주주의의 정착이고 수업에서 학생들의 참여와 협력을 보장하는 배움중심수업의 실현입니다. 90년대생의 특징처럼 쓸데없는 것들은 버리고 '간단하게 즐겁고 정의로운 학교'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90년생이 온다>에서는 90년대생들이 회사의 직원이 되고 소비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경영학적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어서 '직장과 사회, 국가의 민주주의'를 더 심화시켜야 한다는 것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어요. 2016년 기준으로 9급 공무원 시험에 약 28만명이 지원해서 6000명만 붙었다고 합니다. 1.8%만 합력한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20대들이 상위 계층 자녀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헤택을 받아 명문대에 합격하고, 비리를 통해 공기업에 채용되는 것에 크게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분노해야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 시스템'입니다. 공무원시험에 몰리지 않도록 중소기업의 근무여건 개선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사회 전반이 더 민주화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억압과 차별을 근본적으로 도려내는 사회 개혁이 더욱 필요하고요. 이를 위해 경영학이 아니라 교육과 정치의 영역에서 90년대생과, 그 뒤를 이를 2000년대생의 활약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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