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패망해가는 제국의 수도 베를린. 2016년 정부군과 지원군에게 봉쇄 당한 혁명의 도시 알레포, 그리고 2020년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포위당한 도시, 대구는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영화 <조조 래빗>의 주인공 조조는 10살입니다. 나치 소년단의 긍지를 가지고 '하일 히틀러'를 외치고 다니지만, 거리에는 반역자들의 시신이 전시되어 있고 도시는 폭격으로 파괴되어 갑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조조의 엄마는 그런 아들이 걱정입니다. 그래서 조조에게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가장 멋지게 차려 입고, 함께 춤을 추자고 손을 잡아 끕니다.
"조조, 삶은 선물이야. 우린 그걸 축하해야 해"라고 말하면서요.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를 끝까지 보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내전으로 포위된 반정부군의 거점 도시, 알레포에서 태어난 사마. 의사인 아빠는 포격 속에서도 응급 환자 수술을 멈출 수 없습니다. 과일과 채소도 구할 수 없고 식량도 점차 부족해집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매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마의 엄마는 화약 냄새 가득한 지하실에서 "널 이런 곳에서 낳다니.. 엄마를 용서해 줄래?"라고 울먹입니다.
그래도 엄마는 사마의 해맑은 웃음과 재롱을 보며 "넌 우리 삶의 단비였다"라고 고백합니다. 불에 타버린 스쿨버스를 다시 노란색으로 칠하기 위해 사마의 작은 손에 붓을 들려줍니다.
2020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지만, 대구의 거리는 폭격이 다가오는 베를린처럼 포격 소리가 가까워지는 알레포처럼, 보이지 않는 공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의 사람을 믿을 수 없고, 가까이 갈 수 없는 바이러스의 공격은 외국과의 전쟁이나 같은 민족끼리의 내전만큼 낯선 위협입니다.
특히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걱정입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섭니다.
어린 손녀를 업고 2시간을 서있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지니친 불안과 공포는 불신과 원망으로 이어지기 쉽고, 학교도 못 가는 아이들에게 전염되기 쉽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시리아 내전을 다룬 영화 <조조 래빗>과 <사마에게>는 저에게 뜻밖에 선물을 주었습니다. 카톡 프로필 사진도우중충한 것에서 <조로 래빗>의 대사로 바꾸었어요.^^
TV 뉴스를 끄고 '마스크 팝니다' 검색도 잠시 멈추고, 신나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방 안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아이들과 춤을 쳤어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러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잔디밭에 앉아 봄햇살을 잔뜩 받으며 스케치북에 그림도 그리고, 필받으면 살짝 춤도 추면 좋겠지요.
가장 무서운 전쟁도 아이들의 웃음을 뺏지 못하고 춤을 멈출 수 없는데, 바이러스 따위는 이겨내야지요. 조조와 사마의 엄마가 그랬듯이, 비극을 견디는 유일한 희망은 '사랑과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