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혁신학교 5부작 <학교는 무엇으로 바뀌는가>의 1부를 보며 부끄럽지만 눈물이 났습니다. 민주적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혁신학교 교장선생님들의 이야기겠지, 하고 무심코 보다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특히 졸업식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그 학교의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또 교장선생님과 포옹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말았어요.
3월 16일에 방송된 1부 <학교 변화의 열쇠>는 덕양중 이준원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1년을 보여주었습니다. 담담하게 보여주었습니다. 8년을 근무했던 덕양중에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교장샘은 변함없이 하이 파이브로 등교맞이를 하고, 교사들과 똑같이 서서 수업을 참관하고 연구회에서 배운 점을 나누고,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 하는 토론회에서 가장 열심히 듣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8년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이슬비 사랑'이라는 학부모 교육모임도 직접 진행하셨고, 교장실에는 화려한 교육목표나 표창장 대신 모든 아이들의 사진이 차지하고 있었지요.
평교사 출신의 혁신학교 교장이니까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느냐,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쉽게(?) 교장이 됐으니, 힘들게 승진 점수를 쌓아서 된 교장하고는 달라야 되지 않겠느냐, 말할지도 모르죠. 어쩌면 이준원 교장선생님도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교장실에 들어섰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매일 아침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하다 보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고 올라왔겠지요. 선생님들의 수업기술보다 아이들이 배우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가르친다는 것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계속 느끼셨겠지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에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면서 눈물도 많이 참으셨을 것 같습니다.
혁신학교에서 쓸모 없는 권위를 내려놓은 교사들이 경력에 상관없이 처음 아이들을 만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듯, 이준원 선생님도 그렇게 교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성적이나 규율 같은 외부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존엄성과 개성을 지켜주다 보면 아이들이 모두 다르게 보이고 더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 선생님들을 보며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모습으로 사랑을 돌려주고요.
이준원 교장선생님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였습니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신뢰하면 그것에 합당한, 그것에 어울리는 행동을 합니다. 그러니까 계속 의심하고 처벌하고 감시하면 어떻게 그것을 빠져나갈까를 연구하지만,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존중해주면 그것에 맞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덕양중에서 (생활지도로 교사를 힘들게 하는) 1% 정도의 아이들 때문에 95% 아이들의 자발성, 학생자치 이것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면서 힘든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땡감'에 비유하셨습니다. 땡감이 홍시가 되기까지 기다려 줄 힘이 교사와 교장에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혁신학교에서 3년을 보내며 말랑말랑한 홍시가 된 아이들이 졸업을 합니다. 자신을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며 안아주었던 교장샘께 주저 없이 안기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뭉클했어요. 중3 남학생들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이미 졸업장을 받으러 올라오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더군요.ㅠ.ㅠ 중학교가 3년인 것이 아쉽다는 아이도 있었고요. 곧 학교를 떠나는 교장선생님의 품에 안겨 우는 남자 선생님들의 모습도 무척 감동이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욱 찡했답니다.
이준원 교장샘은 8년간 쓰던 교장실의 낡은 소파를 퇴임을 앞두고서야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새로 오실 교장선생님에 대한 예의겠지요. 학부모님들의 손으로 만든 탁자와 의자에 앉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정말 환한 인생을 살고 계시는구나, 생각했어요. 교장이기 전에 학교의 가장 어른이고, 선배 교사이고, 성숙한 인간으로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학교란, 교장이란, 인간이란 원래 그래야 자연스럽고 순리에 맞는 것이라는 느끼게 해준 소중한 50분이었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기가 되니, 못 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