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고3 아이들에게 '워킹 스루(walking through)'로 교과서를 나눠줬어요. 새 학교로 발령난지 거의 두 달만에 아이들을 만났지요. 담임반 학생도 5명이나 인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바이러스의 역습이 없었다면, 생기부에 적혀있는 숫자나 기록으로 아이들과의 만남을 시작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해 보입니다. 역시 교사의 존재 이유는 아이들입니다.
오후에는 3학년 선생님들과 어떤 방식으로 온라인수업을 할 것인지 대화를 나눴고, 경기도 교육연수원에서 마련한 영상 연수를 봤어요. 생소한 플랫폼들과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내일과 모레에는 4가지 플랫폼에 관한 연수를 듣고 무엇을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을 할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판단이 어려울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철학입니다. 저는 배움의공동체 철학을 다시 떠올리면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진짜 수업을 준비하는 의미의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금의 온라인 수업을 두고, 어차피 다가올 미래교육을 미리 체험하면서 교사의 역량을 기르는 계기로 활용하자고 합니다. 부분적으로는 긍정적인 면이 있겠지만, ICT를 활용한 온라인 수업은 미래교육의 보조 수단일 뿐 본질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래의 교육은, 위기의 시대를 공동체 정신으로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움의공동체 철학인 모든 학생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는 공공성,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저마다 최선을 다해 최고를 추구하는 탁월성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짧은 시간 동안 온라인 수업에 녹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겠지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집단지성이고 이를 보조하는 수단이 ICT입니다. 고맙게도 배움의공동체 경남연구회의 역사 선생님께서 자신의 수업실천 사례를 나눠주셨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을 만나 반가웠고, 온라인 수업디자인이라는 동굴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래에 수업디자인의 원리와 실제 사례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주제-탐구-표현이 있는 수업 흐름과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읽고 친구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의미를 구성해가는 수업 철학, 그리고 수업 후에 스스로를 성찰하는 자세까지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 저도 고3 비문학 독해 수업을 주제로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오늘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발표되어서 빠르면 당장 다음 주 9일부터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막막하고 원격수업을 위한 도구들이나 플랫폼(MS팀즈, 구글 클래스룸 등)도 접근성 문제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에 대한 저 자신의 한계로 어떻게 수업을 구상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남배공운영진 회의에서 도전(^^;)해본 원격 수업 사례를 공유해서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자고 하여 제가 오늘 시범운영 해본 네이버 밴드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수업사례 공유합니다.(어려움을 공유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 수업에 대한 고민
* 온라인 수업의 도구나 기술적인 것보다 (어렵지만) 그래도 수업의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
*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수업(인강 강사처럼)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활동과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 학생 스스로 자기 배움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 교사의 피드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온라인 학습에서 더욱 뒤쳐지거나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나. 수업설계
* 교실 수업준비와 같이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읽고 수업주제, 핵심내용, 성취기준 내용적 요소와 행동적 요소를 분석 파악하였다.
* 학생들이 이번 차시에 배워야 할 수업주제에 접근할 수 있는 탐구질문 만들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 제시하되 온라인임을 감안하여 질문의 수를 줄이되(활동1개당 질문 1개) 수준은 낮지 않게 함축적이고 포괄적인 질문으로 만들려고 했다.
* 어떻게 학생들이 텍스트를 만나게 할 것인가 많이 고민된다. (제시한다고 읽을까^^;)
* 온라인상의 수업도 교실수업처럼 흐름을 잡았다. 온전히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는 없겠지만, 자료 읽는 시간을 공지하고, 주어진 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댓글로 올리도록 하고(출석체크) 다른 친구의 댓글도 보도록 안내도 하였다.(보도록 하는 장치 마련)
* 탐구활동 1, 2를 한 후 3.내 배움 만들기에서는 구글 설문으로 만든 질문(탐구활동1, 2의)에 대한 답을 친구의 생각을 참고하여 검토 수정 종합한 후 최종적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질문에 '친구의 생각 중 인상적인 글을 찾아 적어라'고 하여 협력은 안 되지만 다른 친구로부터 배운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 보았다.
다. 수업 후기
* 아이들이 수업 진행되는 동안 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댓글로 달고, 혼란스럽지 않게 질문이나 그 외 여러 말(의외로 질문은 수업 내용과 동떨어진 것도 많아서..예를 들면 출첵이 안된다고 하는^^;)은 교과 채팅방을 만들어 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교사는 컴퓨터 화면을 듀얼로 또는 한손에 폰(채팅방 관리), 책상엔 노트북(댓글 피드백, 수업 진행, 도움말 입력)으로 진행하였다.
* 다음은 학생들이 올린 댓글이다. 대충 올리거나 텅 비지는 않을까 했는데, 아이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너무 공부하고 싶었다는 듯이^^ 댓글이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으로 400개에 가깝게 올라왔다.
* 어려운 점은 아이들의 답에 오류가 있거나 전체 공유해서 풀어갔으면 하는 게 전혀 안되고. 댓글 피드백을 '좋아요~최고예요'로만 할 수 있다는 것, 구글 설문으로 제출한 답을 보고 시간이 경과 한 후 피드백이 채팅만으로 가능하다는 것..
* 아이들이 활동2에서 너무 평범한, 텍스트를 꼼꼼히 안 읽어도 할 수 있는 답으로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깊게 살펴보도록 질문을 바꾸자 엄청 혼란이 왔다.
* 배움이 느린 친구, 실시간에 못 들어와서 따로 시간을 내어하는 아이들, 내용 파악이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파악과 도움을 못 준다는 것이 많이 어려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