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국어 비문학 수업은 교사에게도 어렵고 재미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비문학의 독해 원리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인 후, 아이들이 직접 제시문을 분석하고 뉴스나 책에서 관련된 내용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수업을 하려고 했지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발표조가 열심히 설명하고 아이들은 듣고 기록하는 무난한 시간이 되었을 겁니다. 의미있는 질문이나 대답이 나오길 기다리면서요.
그런데 온라인 개학을 하고 라디오 방송처럼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묘한 기분이 들어요. 마치 각자 들판에서 할 일을 하거나 놀다가 갑작스러운 천둥과 번개를 피해 동굴로 피신한 후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지요.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공이 잊고 있던 인간의 대화 본능을 깨웠습니다. ^^;
교실 속에서 강의 위주로 수업을 한다면,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TV를 보듯 차갑게 앉아 있거나 자거나 딴 짓을 하지요. 온라인 수업에서도 수업 영상을 클릭만 하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다른 공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역시 '친구들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 첫 장면에 아이들에게 받은 설문지에서 고른 내용으로 '오늘의 사연', '질문 있어요' 코너를 만들어서 생각을 나누게 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도 덧붙였지요. 그렇게 마음을 나눈 후에, 수능특강 제시문 분석법도 설명하고 친구들이 분석한 글을 보며 적용하기까지 해봤습니다.
'PD, 작가, DJ 역할까지 하느라 힘들었지만, 그 힘듦도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착한 아이들이 많아서 행복했습니다. 등교 개학을 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수업 설문지를 받으려고 해요. 수업 소감, 궁금한 점, 바라는 점을 계속 듣고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온라인 수업은 한국전쟁 때 피난지의 천막 교실'처럼, 비상수단일 뿐입니다. "나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다 했으니 이제 시험 보자"라고 할 수도 없지요. 또 클릭만 열심히 한 아이들을 위해 복습도 해야 하고, 온라인 수업 때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탐구와 표현 활동도 해야 합니다.
고3이라 수시 준비도 해야 돼서 시간이 부족하지만, 단 하나의 수행평가 글쓰기를 주제를 정해서 비문학 독해 마지막 시간에 과제로 내줬습니다. 바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제목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코로나19에 맞서 싸운 사람들을 조사해서 편지를 쓰거나 응원하는 댓글을 남기게 했습니다. 그리고 도전 과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나의 꿈, 진로, 가치관, 인생관에 미친 영향'도 적어 보게 했고요. 특히 대입용 자기소개서를 쓸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사색의 물꼬를 터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글을 읽는 즐거움도 크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얘들아, 조용히. 친구의 말을 들어보자" 늘 하던 이 말이 참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