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시대를 아이들과 함께 헤쳐나가기
지난주에는 좀 우울해서 글을 쓸 기운이 나지 않았어요. 온라인 수업도 마무리되고, 고3 등교일이 발표되었지만 인터넷 뉴스에서 '등교 후에는 지식 위주 수업을 해야 하고, 모둠활동은 금지해야 한다'라는 글을 읽고 우울증이 시작되었지요. 너무 쉽게 교사에게 명령하는 것 같아 서글프더군요. (지금은 기사를 내렸는지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은 모둠활동이 불가능한가?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으로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갈 힘을 아이들이 기를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다 보니, 작년 수업에서 모둠활동을 더 열심히 하지 않고 스스로 타협했던 것이 후회되고, 4명이 책상을 붙이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퍼졌어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환경 파괴가 제2,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고, 식량난이나 전쟁으로 인류에게 22세기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면 마음이 더 가라앉았지요. 밤에 잠이 안 와서 인류 종말의 위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 보기도 하고, 백석 시집을 뒤적거리며 <흰 바람벽이 있어> 같은 시를 되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수능특강 국어영역 독서편으로 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의 마지막 과제에 응답한 학생들의 글을 읽어보게 되었어요. 경제 지문 중에 재화의 종류를 다룬 글을 읽고 아래와 같은 과제를 내줬거든요.
<적용하기>
코로나19 이전에 마스크는 어떤 유형의 재화였고,
코로나19 이후에 마스크는 어떤 유형의 재화가
되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세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질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비관적인 생각이 많아져서 우울했지만,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니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위기의 시대 속에는 배울 것이 잔뜩 있고 친구들과 토의하며 도전해야 하는 문제가 널려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생각의 나무도 많이 자라있었고요.
아이들이 재화의 유형이라는 지식을 바탕으로 '공적 마스크'에 관한 생각을 밝힌 것을 보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수업에서 희망의 빛이 보였습니다. 지식을 단순하게 전달하고 확인만 한다면 위기의 시대를 아이들이 헤쳐갈 수 없습니다. 지식을 바탕으로 '위기의 시대' 자체에 대해서 탐구하고 토의하고 새로운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을 기획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역시 교사의 '도전적인 질문'입니다. 모둠으로 앉아 있지 않지만,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연결시키는 것을 수업의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여기는 교사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오히려 등교를 한다고 하니, 스마폰을 이용한 모둠별 토의를 교실에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책상은 떨어져 있지만, 4명씩 침묵의(?) 대화를 나누고, 의미있는 내용이나 질문은 전체로 돌려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또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라는 어려운 질문에 교사가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교류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교사들이 도전적인 수업을 많이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