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학교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 교실 속 '사이버 모둠활동'이 필요한 이유

by 글쓰는 민수샘

코로나19 이후의 학교에서 고3 아이들과 처음으로 온전한 1주일을 보냈습니다. 자유로운 만남이 사라진 학교는 리얼 서바이벌 다큐멘터리처럼 긴장감이 지배했습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다시 꺼내서 읽고 싶을 정도였지요.

학교의 모든 일상이 변했지만, 출석부도 비현실적으로 복잡해졌어요. 현장체험(가정학습)과 코로나 의심 등교중지는 서류를 갖춰 내부결재를 올려야 하고, 질병이나 생리 결석과 조퇴를 하는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이 시국에 "그대로 고3인데..." 하며 가는 아이를 붙잡을 수도 없습니다.

온라인 수업과 등교 개학이라는 매를 가장 먼저 맞은 고3 담임샘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다음 주 지필고사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되고, 본격적인 진로진학 상담과 생기부 점검도 해야 합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수업에 들어가면 다시 바위만한 고민이 가슴을 누릅니다. 마스크는 서로의 표정도 가리고 있고, 서로의 마음도 막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금방 외우지 않아도 변명할 것이 생겼고,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러 가지 않아도 양심의 가책이 이전보다 덜 합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난 목요일 참여소통교육모임에서 엄기호 교수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게 되었어요.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였고요.

저의 귀를 가장 따갑게 했던 한 마디는 "코로나19 이후의 학교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 않는다면, 특히 고등학교에는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에 소수를 위한 입시교육만 남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어떤 실천을 기획해야 할까요? 엄기호 교수님의 강의록 일부를 인용합니다.


"코로나 19 이전의 학교를 그리워하면 안 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뀐 상황 속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새롭게 실험하는 용기와 가능성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보다 조심스럽게 이전에 상실한 것을 찾아내고, 이후에도 필요한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저도 수업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봤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한 배움, 배움을 통한 내면의 성장, 모둠 혹은 학급 전체의 배움과 성장을 통한 공동체의 즐거움 경험'이었습니다. 자주 실패하고 간혹 포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이건 혼자 하기 어려우니까, 모둠을 만들어서 이야기해보자'라고 마음만 먹으면 말할 수 있었습니다.

모둠활동을 통한 의미 있는 배움의 경험은 교사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활동'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작업은 서로 대화 없이 콘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에 반해 활동은 공방에서 장인들이 저마다의 고유성을 가지고 작품을 빚어내는 과정입니다.

지난주에 저는 온라인 수업의 복습이라는 핑계로 수능특강 문제를 풀어주는 작업만 했습니다. 어떤 반이든 별 차이없는, 제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시간을 채웠지요. 지필고사가 끝나면 새로운 주제로 수업을 하고 글쓰기 수행평가도 하는데, '사이버 모둠활동'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없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겠지요. 마스크가 가리지 못한 아이들의 톡톡 튀는 생각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책상을 돌려서 4명이 만날 수는 없지만, 온라인 대화방이나 게시판에서는 대화하고 협력하며 공동의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menti.com'이나 'padlet.com'을 활용해서 글의 주제와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의견이나 질문을 공유하고, 아이들이 익숙해지면 심도 있는 모둠토의를 '카카오톡' 채팅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엄기호 교수님은 'Post Corona'가 아니라 'With Corona' 시대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조심하면서 작은 ‘활동’을 조직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게릴라전처럼, 진지전처럼 조금씩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장소로 교실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있는 수업은 작업인가, 활동인가?'를 계속 자문하면서 아이들을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아이들을 존중하면서, 저도 존중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서 만나,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하며 함께 미지의 세계를 향해 용기 내어 걸어가는 행복입니다. (교과세특에 써줄 수 있는 아이들 각각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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