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고3 담임교사가 되어, 6월부터 본격적인 진로진학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조회 전 1명, 종례 후 1명씩 신청을 받았고, 오늘부터 3일 간인 진행하는 고3 온라인수업 기간에도 3명씩 상담을 하고 있어요. 교무실에서 서로 마스크를 쓰고 조금 멀찍이 떨어져 앉아 이야기를 나누니, 서글픈 마음도 들지만 입시상담프로그램을 통해 수시지원가능 대학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네요.
1차 지필고사가 끝나고 처음 아침 상담을 시작한 지난주 월요일은 꽤 힘들었어요. 상담을 마치고 서둘러 조회에 들어가 지각생 체크, 발열체크를 했지요. 또 수업 네 시간을 마스크를 쓰고 했는데, 날씨가 더워져서 두 세배는 호흡이 어렵고 땀도 많이 나더군요. 혹시 모를 감염 위험 때문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시에 켜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아이들이 냉방병 걸려 픽픽 쓰러지던 예전의 시원한 교실은 이젠 진한 추억만 남았습니다.
종례와 청소 후에 교무실에서 와서, 다른 학생과 상담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5층에서 1층으로 걸어서 내려가는데... 순간 속이 메스껍고 바닥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어요. 차에 가서 몇 분 앉아 있으니 진정이 돼서, 천천히 운전해서 집에 갔지요.
저질체력에 운동부족에다 등교 개학 후 집에 와서 혼술을 많이 한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어지러운 적은 없었어요. 마스크로 인한 산소부족 현상과 더위 때문에 그런 것 같았지만, 지금은 살살 움직이기도 하고 적응이 됐는지 괜찮아졌습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보니, 신기하게도 30대에 한창 고3 담임을 하던 시절의 멘트를 몸이 기억하고 있더군요. 또 10년 전보다 지금 아이들이 스스로 정보도 많이 찾고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어서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금 성적으로는 니가 가고 싶은 대학에 절대 못 간다. 1, 2학년 때 왜 놀았니"라는 팩폭도 많이 했고 마음 여린 아이들을 울리기도 했어요.
지금은 저도 교사로서 철이 좀 들었는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들이 애틋해 보여서인지 핀잔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생기부의 교과 성적 등급 때문에 위축되지 말고, 내가 내 자신의 장점과 잠재력을 진심으로 믿어야 다른 사람도 믿게 만들 수 있다'라는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예체능 지망생들에게는 '인문학적 사색'을 권하고 있고요. '내가 왜 그림을 그리는지, 연기를 하려고 하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지요. 그래서 저의 높은 지적(?) 수준에 맞게 드라마와 TV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었어요. 쉴 때 보라고요. ㅋㅋ
애니메이션 작가가 꿈인 아이에겐 만화 출판사 직원이 주인공인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연기자가 꿈인 아이에겐 2016년 수업에도 활용했던 예능 <배우학교>의 일부를 보내주었어요.
담임의 꽃이라는 고3을 맡아, 모든 담임샘들이 하는 필수적인 역할도 해야겠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과 엉뚱한 조언도 아이들에게 던지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머리가 말랑해지면서 해보지 못한 생각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이런 멋에 다 큰 어른인 아이들을 진짜 어른으로 만드는 고3 담임을 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