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된 지 19년 만에, 교사가 된 해인 2002년 태어난 고3 아이들을 가르치고 담임교사도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교사를 했으면 학생들과 만날 때 미리 준비해서 힘든 상황을 예방하고, 또 어쩔 수 없이 지치고 우울해지더라도 많이 내려놓고 회복해야 되는데... 쉽지 않네요. 특히 담임교사 역할은 10년을 해도 어려운 것 같아요.
일요일 오늘은 가정에서 탈출(?)해서 학교에 나왔어요. 지난 금요일에 끝내지 못하고 간 출결 서류 정리며, 수업 준비가 마음에 걸렸거든요. 월요병을 줄이기 위해서는 괜찮은 처방 같아요. 그런데 질병확인서나 인정결석 확인서를 확인하다고 보니, 아이들이 제때 가지고 오지 않은 것도 많고 제가 챙기지 못한 것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확 몰려오더군요. 그래서 담임반 단톡방에 입시자료를 먼저 올려서 경계심을 풀어준 후에, 마지막에 진짜 하고 싶은 푸념을 던졌습니다. ^^;
"쌤이 지금 수업준비, 출석부 정리하러 학교에 왔거든. 지난주 목금에 빠진 사람이 많아 정리하고 나이스 입력하느라 골치가 아프다. ㅠ.ㅠ 수요일 앨범사진 찍을 때는 다 나왔는데... 다시 말하지만 질병으로 빠질 때는, 꼭 학부모의 전화나 문자로 샘과 연락을 해야 하고 확인서류로 진료확인서나 처방전이 있어야 돼. 인정결석, 조퇴도 부모님과 연락해야 되고. 다음날 조회시간에 샘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출결 확인 서류를 제출하거나 양식을 달라고 하면 좋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자주 빠지는 아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더군요. 예체능 입시, 취업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아이들, 정시나 논술로 대학에 가려고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개근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요. '학교를 빠지면 놓치는 것이 있으니까, 최대한 빠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을 했지만, 대학이나 취직이 걸려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와닿지 않은 뻔한 말일 것 같습니다.
각자 다른 절박함으로 학교를 빠지는 아이들에게 똑같은 말을 녹음기처럼 할 수 없고 똑같는 모습을 기대할 수 없는 없겠지요. 그럴수록 교사 역시 더 고민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읽고 있는 임광찬 선생님의 <매일 교사가 되는 중입니다>에서 아래의 구절이 심장을 찌릿하게 만들었어요.
"교사 생활 20년이 지나면 욕심을 다듬어 발휘해야 한다. 능력과 욕망이 시소게임하듯 할 것이니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능력은 부족한데 욕망이 크면 불행해진다. 반면에 능력은 넘치는데 욕망이 작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선생은 앞서 태어난 사람만이 아니라 '앞서서 살아가는 사람'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기준으로 화를 내고, 자기 할 말만 쏘아붙인다면 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겠지요. 교사의 삶이 깊은 산 속 자연인의 삶과 다른데,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농부가 잡초를 대하듯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되겠지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더 대화하고 이해하는 혜안을 기르고 저마다 다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얻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 자신을 더 나은 사람을 바뀌어가는 속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아이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을 줄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훅 들어와도, 고집을 피워도 흔들지 않고 행복하게 '앞서서'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임광찬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저 매일 행복한 교사가 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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