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독서' 과목 수업을 독서논술 수행평가로 시작했습니다. 주제는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입니다. 이 곳에도 예전에 올린 '행복' 수업을 고3 2학기에 맞게 뺄 건 빼고 소박하게 하고 있지요.^^;
수업 자료 중에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서울대 최인철 교수님이 '행복한가요, 그대'를 제목으로 강의한 영상이 특히 좋았어요. 2018년 9월 26일 방송분인데, 코로나19 이후인 이 시국에 다시 보니 더 생각할 것이 많고 깨달음도 컸습니다.
먼저 개인 차원의 행복의 구성요소로 '긍정적이고 유쾌한 감정, 삶에 대한 만족도, 삶의 의미(가치)'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감정목록을 보다가 마음이 조금 쓰라렸어요. 올해 모둠활동을 하지 못하니, 교사나 학생들이나 수업에서 즐거운 감정을 공유할 수 없게 되었지요. '활기차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책상을 붙이고 대화와 토의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영감 받는' 경우도 사라지고, 서로의 배움에 기여하며 '자랑스러운 나 자신과 우리 반'을 발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 대신 내용 전달 중심의 온라인 수업과 평가 중심의 등교 수업이 되풀이 되면, 교사나 학생이나 '불안하고 조바심 나며 괴롭고 짜증 나는' 감정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예전에 혁신학교 아이들이 '학교생활이 행복하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던 것도, 결국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업에서 긍정적이고 유쾌한 감정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경험이 학교에 대한 만족감을 높였고, 조금 어렵고 귀찮더라도 모둠활동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3 2학기 수업에서 부정적 감정을 많이 경험할 예감이 강하게 들어서 걱정이지만, 저의 행복을 위해서도 독백하는 문제풀이만 하지 않고 몇 명이 참여하든 아이들을 위해 낱말 퍼즐도 만들고 퀴즈도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YOLO'적 삶과 'YODO'적인 삶을 조화시키는 방법이라는 것도 최인철 교수님께 배웠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화끈하게 즐기며 살자'와 '한 번 죽는 인생, 의미 있게 살자'를 조화시키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도 어감은 좀 웃기지만, 대입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지금, '요도'를 추구하는 삶이 주는 행복도 생각해보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제 누군가에게 존중을 받았나, 신뢰를 얻었나, 잘 하는 일을 했나, 새로운 것을 배웠나, 시간 선택의 자유가 있었나'라는 5가지 질문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어요. 화면을 멈추고 이 질문을 아이들에게 해보니, 5가지 중에 1~2가지는 있어도 3가지 이상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나와 주변 사람들, 우리나라가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가 먼저 누군가를 존중하고 신뢰하자. 잘 하는 일은 더욱 잘 하게 노력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자. 그리고 다른 사람이 시간 선택의 자유를 누리도록 돕고 배려하자. 예를 들어, 내 방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가끔 설거지를 돕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은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시간 선택의 자유를 줌으로써,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라고요.
물론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선생님들도 행복을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행복을 주제로 한 수업에도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