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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2학기와 코로나도 이기는 퀴즈앤 수업에 도전하다

by 글쓰는 민수샘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시로 대학을 가는 고등학교에서, 수시에 반영되지 않는 고3 2학기 수업을 제대로 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덮쳐서 교실에는 빈자리가 더 늘었고, 학교에 나온 아이들도 각자의 스케줄대로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소수는 논술이나 수능 공부를 하고, 꼭 공부가 아니라도 학교 밖에서 다른 일을 열심히 하는지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는 아이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과목은 독서이지만, EBS 수능 교재에 실려 있는 문학 작품을 가르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속이 안 좋고 입맛이 없어도 움직이기 위해 찬밥에 물 말아 몇 숟가락을 꾸역꾸역 떠 넣는 것처럼, 지필고사를 보고 등급을 매기기 위해 어찌 됐든 진도를 나가야 하는 상황 때문에 2학기 개학을 앞두고 계속 마음이 무거웠지요.


개학하고 2주간은 자소서 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주제로 한 수행평가를 하며 버텼지만, 이번 주부터 진도를 나가야 했지요. 매우 소심한 탓에 수업이 폭망하는 두려움을 견딜 수 없었던 저는, 무엇이라도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우선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집에 있는 책들을 조금씩 읽었는데, 뜻밖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와 또 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언제일까? 잘 짜인 프로그램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놀았을 때? 1주일에 1회 정기적으로 놀았을 때? 정답은 단순하다. 바로, '즐겁게 놀았을 때'이다. 우리는 독서동아리를 학습이 아니라 놀이의 관점으로 보았다.


놀이로 보면 이 모든 것(체계, 정리, 평가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즐겁게 놀았니?"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래서 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독서동아리를 더 좋아하게 될까?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평가회를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궁리를 하게 된다.

- <독서 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중에서


이 부분을 읽으며, 성적에 큰 부담 없는 고3 2학기 때 놀이처럼 즐겁게 문학을 배우게 하자고 결심하게 되었지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아이들이 각자 다른 것을 열심히 하다가도, 독서 수업이 시작되면 얼떨결에 휴대폰에 자기 이름을 적고 로그인하게 해서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읽고 퀴즈를 풀면서 수업인듯 놀이인듯 헷갈리게 하자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합니다. 퀴즈를 풀고 답을 맞히다가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기만 한다면 흥행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계산기(?)를 두드리면서요.ㅋㅋ


그래서 '퀴즈앤'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퀴즈앤을 선택한 이유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시간에 실시간으로 아이들과 호흡하며 퀴즈를 풀면서 중간중간에 설명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수업이 끝나고 다시 처음부터 퀴즈를 풀며 아이들 혼자 복습도 가능하고, 온라인 수업 기간이나 체험학습 등으로 수업을 못 들은 집에서 참여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먼저 학급별 단톡방에 퀴즈앤 주소를 공유했고, 어제와 오늘 고전 시가로 1차시 수업을 재미있게 잘 마쳤어요. 활동지를 만들지 않아서 편하고, 아이들도 '어쩌다 보니' 작품을 여러 번 읽고, 친구들에게 질문도 하면서 퀴즈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답니다. 구체적인 수업 이야기는 곧 올리겠습니다.

(제가 만든 퀴즈 장면 몇 개를 우선 올립니다. 그리고 끝에 경남교육청에 만든 '퀴즈앤'을 비롯한 온라인 수업 도구를 정리해놓은 홈페이지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






http://edunavi.kr/edunavi/cs/help/lessonAidQuizn.do?menuId=931&headerName=SERVICE_CENTER&pmi-sso-return2=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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