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동해 울진 여행 이야기

- 바다, 대게, 일출, 낚시 그리고 하나 더...

by 글쓰는 민수샘

교육, 수업, 코로나 같은 진지한 주제로만 글을 쓰는 것 같아서, 오늘은 며칠 전에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짧게 해보려고 해요. 동해안의 울진으로 떠난 이번 여행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였는데요.


첫째는 마스크에 갇혀 있던 답답함을 맑은 바다를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라도 날려버리는 것이었죠. 날씨도 따뜻했고 공기도 깨끗해서 힐링 제대로 하고 왔어요. 특히, 펜션에 가다 우연히 들른 죽변항 근처의 봉평해수욕장의 풍경이 정말 시원시원했어요. 여름에 해수욕을 와도 좋을 것 같아서, 좌표를 남깁니다.



두 번째 목적은 가장 중요했던 '대게 파티'죠. 저희 집은 고딩, 초딩 아들만 둘인데요. 초딩이 대게를 원 없이 먹고 싶다고 잠꼬대까지 해서(본인 주장임), 울진으로 가게 되었어요.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대게를 싸게 사서 직접 쪄 먹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고딩 아들이 검색해서 알려준 대로, 오전에 죽변항 대게 공판장에서 구경을 하다 보니 아주머니들이 B급 대게를 팔고 있더군요. 다리가 몇 개 떨어졌을 뿐, 바로 쪄 먹으면 맛은 같다고 해요. 그래서 5만원에 6마리를 사서 숙소에 오자마자 대게 라면 끓여먹고, 저녁에는 쪄 먹고, 다음날 아침에는 살을 발라 비벼 먹었답니다. 초딩 아들은 대게로 연속 세 끼를 먹은 거지요. 진짜 대게 꿈을 꿨나봐요.ㅎㅎ


저는 얼떨결에 주는 대로 받아와서 한 마리의 상태가 살짝 안 좋았는데, 직접 만져봐서 껍질이 단단하고 색깔이 투명하고 선명한 녀석들을 골라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쓰다 보니 진짜 블로거(?)처럼 정보제공에 충실해지네요. 협찬은 당근 없습니당.ㅋㅋ)




세 번째는 새해를 맞이하야 유명한 망양정에서 일출을 보는 뻔한 일정입니다. 제가 일출 시간을 착각해서 한 시간이나 먼저 애들을 깨워 도착해보니, 아직도 깜깜한 밤이었다는 사소한(?) 사건은 있었지만 대체로 좋았어요. 관동별곡을 가르칠 때, 아이들에게 할 말도 생겼고요. 구름에 가려 정철이 묘사한 것과 같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해돋이를 보지 못했지만, 신선한 새벽공기와 바다 내음을 실컷 마시고 와서 마음과 몸이 더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목적은 고딩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낚시입니다. 배스 루어낚시를 가장 좋아하지만, 겨울이다 보니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라도 하고 싶다고 해서 간혹 동해로 오고 했어요. 아래는 봉평해수욕장 근처의 굴장항이 내려다보니는 숙소에서 찍은 사진인데, 방파제 안쪽에서 노래미나 볼락 새끼를 낚으면서 손맛을 보고 풀어주는 것을 반복해도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어요.



오전에 낚시를 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다시 낚시를 가면서 큰 녀석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빠는 피곤할 텐데 숙소에서 쉬고 계세요. 이번에는 캠핑의자 가져가서, 그냥 미끼 던져놓고 동생이랑 바다 보면서 앉아있다 올게요."


속으로 '오~ 예~'를 외치면서도 근엄하게 "조심해라 내가 여기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하고 표정 관리를 하며 말했지요. 잠시 후에 카메라 줌을 당겨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코끝이 조금 찡했답니다.


'좀 티격태격하지만 내가 없어도 저렇게 둘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구나. 집에서 기르는 자녀이든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이든,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챙겨 주고 혀를 차고 할 때가... 찐행복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 말씀처럼, 부모나 교사는 아이들이 빨리 철이 들어서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그 순간이 빨리 온다고 더 많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그러고 보니, 이 깨달음이 이번 여행의 숨어있던 다섯 번째가 목적이었나 봅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